“들러리 파업 못하겠다”민노총에 등돌리는 勞

  • 입력 2006년 11월 9일 03시 01분


노동계의 투쟁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8일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두 달 동안 5곳의 장기파업 현장에서 노조가 조건 없는 업무복귀를 결정했다.

15일로 예정된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총파업도 일선 노조의 참여 부족으로 한 차례 찬반투표 기간을 연장했다.

▽현장의 총파업 지지 약화=‘무조건 파업으로 국민에게 더는 원망을 듣고 싶지 않다’ ‘조합원은 생각하지 않고 집행부가 파업에 나섰다’ ‘무조건 파업에 동참하는 것은 민주노총의 들러리다’….

민주노총의 15일 총파업 방침을 놓고 현대자동차 노조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이다.

이 회사 노조의 한 관계자는 “파업 반대 여론은 늘 있었지만 이번 조합원의 싸늘한 반응은 예년에 비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2일 민주노총의 총파업 참여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했으며 민주노총은 산하 노조들의 투표 결과를 14일 일괄 발표한다. 민주노총은 당초 3일까지 찬반 투표를 끝낼 예정이었으나 투표율이 46.7%에 그쳐 14일까지 투표기간을 연장했다.

민주노총 산하 A사의 전임 노조 간부는 “이번 총파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등 정치 이슈가 강해 조합원의 지지가 약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15일 △노사관계 민주화 입법 쟁취 △한미 FTA 협상 저지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 쟁취 △산재보험법 전면 개정 등을 내걸고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장기파업의 잇단 철회=울산의 나일론 원료 생산업체인 카프로 노조는 노조가입 범위 확대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8월 2일부터 벌여 오던 장기파업을 75일 만에 접고 10월 16일 조건 없이 업무에 복귀했다.

10월 17일에는 경기 안산시의 대양금속 노조가 7개월 동안의 파업을 끝내고 조건 없는 업무복귀를 결정했다. 이 회사 노조는 당초 파업기간 임금 보전, 파업으로 노조원에게 부과된 벌금 대납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10월 18일에는 대구지역 시내버스 정비노조가 7월 18일부터 시작한 3개월간의 파업을 끝냈다.

한국외국어대 노조도 이달 6일 215일간의 파업을 별 성과 없이 중단했다.

▽“파업밖에는” vs “투쟁 방식 바꿔라”=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여러 가지 여건을 볼 때 이번 총파업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총파업의 중요한 목적이 근로 조건과는 다소 동떨어진 한미 FTA 저지에 있고 북핵 사태와 경기침체 등으로 여론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파업이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무기라는 종래의 자세에 큰 변함이 없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 박태주 교수는 “노사정의 대화 틀이 깨지면서 민주노총이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현 정권 임기 안에 대화 틀을 회복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노사화합이 일자리 밑거름”▼

전북 173개 기업 무분규 선언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업하고 싶다는 지역의 젊은이에게 꿈과 희망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는 기업과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늘리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지상과제입니다.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관건이 바로 노사화합과 산업평화입니다.”

8일 오후 2시 전북도청에서는 ‘노사화합·산업평화 전북 선언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 조성준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한국노총 전북지역본부 산별위원장 22명이 참석했다.

전북도는 이날 선언에 173개 한국노총 계열 기업 노조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노사 대표들은 선언문을 통해 “근로자와 사용자, 200만 도민은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전국에서 최고로 기업하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날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화물연대 등 민주노총 전북본부 소속 조합원 100여 명은 이날 ‘비정규직 철폐’ ‘민주적 노동 관련 입법’ 등을 요구하며 전북도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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