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개그맨 H 씨와 탤런트 Y 씨가 연예인들과 조직폭력배를 연결해 줬고 제때 돈을 갚지 못한 연예인들은 이들이 운영하는 강남유흥업소의 밤무대에 출연을 해야 했다. 경찰의 압수수색 결과 이들이 굴린 돈은 장부상으로만 190억 원에 달했다.
검찰이 인기 배우 권상우(30) 씨가 서방파 두목 출신 김태촌(58) 씨에게서 협박을 받은 정황을 잡고 수사에 나서면서 ‘조폭’과 연예인의 ‘스캔들’이 다시 불거졌다.
권 씨의 일본 현지 팬사인회를 둘러싸고 불거진 이 사건은 당초 양측이 화해하면서 조용히 매듭지어진 것으로 보였다.
7월 말 일본으로 출국한 김 씨는 9월 권 씨와 통화해 “내 말투가 좀 그랬던 것 같다”고 사과했고 이에 권 씨도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김 씨를 상대로 강요 미수 혐의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A 씨 일행은 공연 뒤풀이에서 J 씨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이마저도 거절하자 난동을 부렸고 J 씨 측도 ‘건장한 청년들’을 불러 A 씨를 폭행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상당수 연예인은 조폭의 관할 하에 있었다. 당시엔 나이트클럽 등 연예인의 밤무대 활동 장소를 대부분 조폭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과 선이 닿지 않으면 밤무대 출연 자체가 어려웠다는 것.
1990년대 검찰 재직 시절 연예계 비리를 수사했던 심재륜 변호사는 “당시에는 조폭들이 유명 여성 연예인을 몇 분 만에 불러낼 수 있는지가 힘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런 방식으로 자금을 모은 조폭 중 일부는 2000년 이후 사업을 ‘합법화’ 하기 위해 직접 연예기획사를 차리거나 투자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일부는 건설 경기 붐이 일자 건설 시행업에 뛰어들었고 아파트 분양 홍보에 과거 알고 지내던 유명 연예인을 활용하기도 했다. 연예인을 상대로 한 고리사채업에 진출한 경우도 많았다.
역으로 과거 ‘조직’ 생활을 하던 일부 인사가 연예계에 진출하면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창원지검 진주지청은 9일 김태촌 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했다. 김 씨는 2001년 진주교도소에 복역 중 교도소 보안과장 이모(56·구속) 씨에게 전화사용과 흡연 등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2000여만 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김 씨는 “(권상우 씨에게) 팬의 한 사람으로 통화는 했지만 협박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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