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주재원 모니터링도 사설탐정이=조기유학이 늘어나는 세태가 이 업계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 업체는 4월 기러기아빠 한모(46) 씨에게 “부인과 자녀가 캐나다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아내가 연락이 뜸하고 아들의 통화 목소리도 왠지 이상하다는 이유였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현지 사설탐정이 3일간 한 씨의 가족 주변을 탐문한 결과 부인은 다른 남성과의 만남이 잦고, 고교생인 아들은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다녔다. 한 씨 부부는 결국 이혼했고 아들은 유학 생활을 중단했다.
기업이 주재원이 심상치 않다며 현지 생활을 알려 달라는 의뢰도 많다. D사는 2004년 초 한 제약회사 홍콩지사의 직원이 카지노에 빠져 판돈 마련을 위해 몰래 제품을 빼돌린 사실을 확인하고 본사에 통보했다.
▽무역 사기도 막는 사설탐정=무역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거래 외국기업을 조사해 달라는 의뢰도 줄을 잇는다.
서울의 한 무역업체는 작년 말 미국의 액정표시장치(LCD) 제조회사에서 아주 좋은 제안을 받았다. 가격은 타 업체보다 훨씬 저렴했고 샘플도 A급이었다. 지나치게 좋은 조건이 마음에 걸린 회사 대표는 사설정보업체 B사에 거래기업의 정보 조사를 요청했다.
B사는 미국 마이애미의 연계 사설탐정에게 주소지를 일러 줬다. 확인 결과 공장이 있어야 할 장소에는 엉뚱하게 폐가가 있었다.
그는 다시 면허국에서 대표자의 신원을 조회해 알아낸 회사의 ‘진짜’ 주소로 찾아갔다. 허름한 상가의 4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단 3명의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공장이 5개라던 회사는 중고 LCD를 유통하는 소규모 업체에 불과했다. 계약을 했다면 1억 원의 피해를 보았을 뻔했다.
▽가장 많은 의뢰 유형은 해외도피 범죄인 검거=해외도피 범죄인 추적은 전체 의뢰의 약 60%를 차지한다.
2005년 말 한 업체는 의류 무역회사에서 5억 원을 횡령해 중국으로 도망친 직원 이모(38) 씨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주변 인물을 탐문해 친한 친구가 중국 선양(瀋陽)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업체는 조선족 사설탐정 류모(32) 씨를 고용해 이 씨의 기본정보를 넘겨줬다. 류 씨는 한국인 상가 밀집지역의 한인 마트, 음식점 주인 등에게 이 씨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람의 친구인데 한국에 계신 어머니가 위독해 꼭 소식을 알려야 한다”고 소재지를 물었다.
한 달간 주변 상가를 다닌 끝에 한 사우나에서 “주말에 가끔 방문하는 손님”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의뢰인은 담당 검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검찰은 외교통상부를 거쳐 중국 주재 대사관에 범죄인인도문서를 전달했다. 대사관의 협조 요청으로 중국 현지 경찰이 이 씨를 검거했다.
국내로 송환된 이 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의뢰인은 남은 돈 3억여 원을 돌려받았다.
한 사설정보업체 대표는 “2001년부터 2006년 상반기까지 해외도피 범죄인 3449명 중 검거된 이는 29명(0.84%)에 불과하다”며 “요즘 한탕해서 튀는 사람들이 늘면서 해외도피 범죄인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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