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연희 의원 판결, 성범죄 엄벌의 계기 되기를

  • 입력 2006년 11월 11일 03시 00분


여기자를 성추행한 최연희 의원에게 비록 실형은 아니지만 ‘의원직 상실’ 범위에 드는 중형이 선고됐다. 강제추행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해 온 지금까지의 판례에 비추어 최 의원에 대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은 가벼운 벌이 아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취중의 우발적 범행임이 인정되지만 “3선 국회의원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피고인이 술을 마시고 사리분별(력)이 떨어져 강제추행을 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국회의원과 기자라는 신분을 떠나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을 수 있는 잠재적 성(性)위협에 대해 사법부가 법리를 엄격히 적용함으로써 강제추행 처벌의 새 기준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다. 그럼에도 오히려 피해자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비뚤어진 세태와 사회 의식 때문에 피해자가 당당하게 나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많은 성범죄가 남녀 간에 있을 수 있는 소소한 사건으로 치부되고 묻혀 버린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강제추행은 남녀 간의 문제만도 아니다. 군복무 중 강제추행을 당하고도 적절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정신적 고통을 겪는 남성도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런 문제까지 포함해 성추행에 대한 잘못된 사회 의식과 법 관행에 근본적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최 의원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시각도 있었지만 사법부는 사건의 본질이 강제추행이며 인권의 문제임을 확인했다. 이번 판결이 성범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의 선례가 되고, 성적(性的) 자기결정권을 포함한 여성의 권리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동인(動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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