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못참겠다' 가출한 초등생 귀가

  • 입력 2006년 11월 12일 14시 31분


동료 학생의 괴롭힘을 참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남기고 가출했던 초등학생이 사흘 만에 귀가했으나 굶주림과 폭력 충격 때문에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12일 서울 노원경찰서에 따르면 모 초등학교 6학년 김모(12)군은 이달 9일 오후`같은 학교 애들이 계속 괴롭힌다. 졸업식 전까지 몸을 만들어 돌아와 해 볼 수 있는 만큼 해 보겠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기고 가출했다가 12일 오전 0시 30분께 집으로 돌아왔다.

김군의 아버지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밤 12시쯤 집으로 수신자 부담 전화가 걸려와 받아보니 `엄마'를 부르며 흐느껴 우는 소리가 나다 끊어졌다. 아들이 돈이 떨어지고 추워 집 근처로 왔을 거라고 생각해 찾아 나섰다가 아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김군은 발견 당시 몸을 비틀거렸으며 집 현관 앞에서 "쉬고 싶다, 동생 줄 빼빼로를 사왔다"는 말을 남기고 쓰러졌다고 김군의 아버지는 전했다.

김씨는 "아들이 `(11일이) 빼빼로데이라 아빠, 엄마와 동생 줄 빼빼로를 문 앞에 두고 다시 나가려고 했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김군은 현재 집 부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가족의 도움을 받아 안정을 취하고 있으며 4일 동안 굶은 데다 아직 학교폭력의 충격이 큰 탓인지 가출 동기나 행적 등을 일절 말하지 않고 있다.

김군이 가출 때 남긴 메모에는 "수개월간 다른 반 아이들이 나를 놀이터로 끌고 가 싸움을 걸고 무릎을 꿇게 한 뒤 이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했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고 김군 부모는 가출 다음 날인 10일 "아들을 괴롭힌 학생들을 붙잡아 처벌해 달라"며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군의 심신이 안정되는 대로 본인과 친구들, 학교 측을 상대로 가출 동기가 됐던 학교 폭력을 수사할 것"이라며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초등학생임을 고려해 신중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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