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으로 시장 군수 직을 상실한 기초단체장이 민선 1기 2명, 민선 2기 7명, 민선 3기 11명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선거법이 크게 엄격해진 데다 법원의 형량 선고 수위가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재판도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법원이 이번 지방선거 사범에 대해 기소 후 6개월 안에 1∼3심까지 판결을 확정하기로 방침을 정한 데 따른 것. 이전까지는 보통 1년 이상 걸렸다.
▽당선 무효 형 줄줄이=한택수 경기 양평군수와 양재수 경기 가평군수는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지난달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2심 형량이 그대로 확정되면 군수 직을 잃게 된다.
노재영 경기 군포시장도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유권자에게 돈을 준 혐의로 기소된 권영택 경북 영양군수와 김희문 경북 봉화군수도 징역 1년씩을 선고받았다. 충남 조규선 서산시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한창희 전 충북 충주시장, 고길호 전 전남 신안군수는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 형이 확정됐고 전형준 전 전남 화순군수는 재판을 받던 중 사직해 세 곳에서는 지난달 25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1심에서 벌금 150만 원과 200만 원을 각각 선고받은 서찬교 서울 성북구청장, 김현풍 서울 강북구청장은 2심에서 벌금 100만 원 미만의 형을 선고받아 당선 무효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강화된 선거법에 법원의 양형 기준 엄격해져=당선 무효 형을 선고받은 기초단체장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노재영 군포시장의 경우 ‘시의 재정자립도가 크게 낮고 행정자치부 평가에서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는 내용의 홍보물을 돌린 혐의로 기소돼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가 낭패를 봤다.
한택수 양평군수 역시 간부 공무원들에게 29만 원 상당의 음식물을 제공하고 콘도에서 열린 한 모임에 참석한 50여 명의 주민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한 혐의였다.
과거 법원은 유권자에게 돈 봉투를 돌리는 등 금품 살포 사례에 대해서만 당선 무효 형을 선고해 왔으나 최근 들어 선거법 위반 사범에 대해선 엄격한 양형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
중앙선관위는 2004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의 기부행위 금지조항이 크게 강화된 데다 법원의 판결이 더욱 엄격해진 데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신고포상금제가 확대되고, 금품 향응 수수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최고 50배)가 생기면서 정확한 신고나 제보가 크게 늘었다”며 “증거 확보가 과거보다 쉬워져서 기소율이나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비율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더욱이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에 계류 중인 기초단체장이 30여 명 정도이고 이미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례보다 혐의가 무거운 경우가 적지 않아 당선 무효 형은 속출할 전망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민선 3기 때는 4명의 기초단체장이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자리를 잃은 반면 선거법 위반으로 단체장 직에서 물러난 경우는 1명에 그쳤다”고 말했다.
▽일부 기초단체는 벌써부터 업무 공백 혼란=단순히 벌금 100만 원 이상이 아니라,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돼 단체장의 직무가 정지된 양평과 봉화, 영양군은 부군수가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부단체장에게는 힘이 실리지 않아 업무 공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직사회는 갈라지고 지역주민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벌써부터 내년 4월 25일 치러질 재·보선을 겨냥한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단체장이 재판이나 수사를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공무원들이 대거 소환되고 있는 경기 안양시 공무원들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병걸 양평 부군수는 “단체장은 도지사나 장관을 찾아가 지역 현안을 적극 어필하고 민심을 여론화할 수 있지만 부단체장은 정치력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공직사회나 지역 여론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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