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서남북/진술에만 의존한 검찰의 무리수

  • 입력 2006년 11월 15일 07시 01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우근민 전 제주지사가 1심에 이어 13일 오후 열린 광주고법 제주부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우 전 지사는 판결 직후 “아들과 함께 재판정에 서야 했던 점이 힘들었다”며 “이 사건의 진실은 정치인에게 뒤집어씌우면 횡령한 돈을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한 연출자에 의해 기획된 시나리오였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 중이던 그의 아들(35)은 뇌물 전달 혐의로 구속돼 2달 동안 수감됐다가 이번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이 상고할 경우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나겠지만 1, 2심 법원 판결을 살펴보면 검찰의 무리수와 수사상 허점이 엿보인다.

검찰의 기소 요지는 우 전 지사가 세화 송당지구개발과 관련해 지사 재직 당시인 2002년 5월 개발조합장과 간부 등에게서 로비자금 명목으로 3억 원을 받았다는 것.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뇌물을 줬다는 개발조합장 등의 진술만을 믿고 우 전 지사에 대한 조사도 없이 먼저 개발조합장을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7개월 동안의 수사 끝에 올해 1월 우 전 지사를 불구속 기소했지만 개발조합장 등의 진술 외에는 별다른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

재판 과정에서 개발조합장 등의 진술은 여러 차례 번복돼 신빙성이 떨어졌다. 항소심에서 검찰이 추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결국 무죄로 판결났다. 오히려 우 전 지사에게 뇌물을 줬다고 진술한 개발조합장 등 3명은 항소심에서 조합 운영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검찰도 공명심에 사로잡혀 무리수를 두었고 수사의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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