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24부(부장판사 이성보)는 15일 증인으로 출석했다가 피고인인 자신의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머리를 크게 다친 A(51·여)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A 씨에게 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 씨는 20여 년간 남편 B(51) 씨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2003년 B 씨를 고소했고 지난해 4월 B 씨의 형사재판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법정에 출석하기 전 A 씨는 B 씨로부터 "증인으로 출석하면 죽여버리겠다"는 등 협박을 받아 검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증인 진술만 마치고 B 씨보다 먼저 법정을 떠나면 안전하다"는 답변만 한 채 신변 보호를 위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A 씨는 재판 당일 B 씨가 휘두른 흉기에 머리를 크게 다쳤다.
1심 재판부는 A 씨의 신변보호 요청을 묵살한 검찰의 책임만 인정했으며, B 씨가 흉기를 갖고 법정에 들어설 때까지 이를 차단하지 못한 법원 측 책임은 묻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를 위해 법원과 검찰 모두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했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효진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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