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실시된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해 수험생들은 지난해에 비해 전반적으로 약간 쉬웠거나 비슷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만점자가 1만 명이 넘을 정도로 쉽게 출제됐던 언어영역과 수리영역의 ‘가’형, 과학탐구영역은 다소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많았다. 자연계 수험생은 인문계 수험생보다는 어렵게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어와 사회탐구영역은 비교적 평이했다는 반응이다.》
▽언어는 다소 어려워=1교시 언어영역은 수험생들이 대체로 지난해보다는 어려워졌다는 반응을 보인 가운데 체감 난이도는 수험생 수준별로 조금씩 달랐다.
평소 모의고사에서 1, 2등급을 받았던 상위권 수험생들은 평이한 편이라고 느낀 반면 중하위권 수험생들은 다소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진선여고 변우정(18) 양은 “평범한 문제들이 출제됐고 시간도 적당했던 것 같다”며 “6, 9월 모의고사에서 각각 94, 86점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비슷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3등급을 받았다는 서울 이화여고 이모(18) 양은 “지문이 길고 까다로운 유형의 문제가 많았다”며 “익숙하지 않은 문제 유형 때문에 당황해서 점수가 내려갈 것 같다”고 말했다.
수리영역은 ‘나’형에 비해 ‘가’형이 어려워 ‘가’형과 ‘나’형의 표준점수 차가 지난해 6점(원점수 만점자 기준)이나 됐지만 올해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형을 선택한 서울 혜성고 김효미(18) 양은 “미적분이 어렵게 나오고 주관식 문제도 대체로 어려웠다”며 “모의고사에서 2등급을 받아 수리영역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못 본 것 같아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나’형을 선택한 서울 고척고 고인철(18) 군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크게 어려운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3교시 외국어영역은 듣기에서 약간 까다로운 문제가 나오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쉬웠다.
4교시 탐구영역은 선택과목별로 수험생들의 반응이 달랐다. 사회탐구의 경우 사회문화 윤리 등은 쉽고 한국지리 세계사 등 일부 과목은 지난해보다 어려웠지만 전반적으로 평이했던 반면 과학탐구는 새 유형의 문제 및 복합적 개념을 묻는 문항이 많아서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은광여고 김모(18) 양은 “화학1과 화학2는 9월 모의고사보다 쉬운 편이었지만 물리1은 작년 수능과 모의고사보다 어려웠다”며 “생물1은 그나마 쉬운 편에 속했지만 전체적으로 시간이 모자라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상·중위권 변별력 강화=입시 전문가들은 문제가 대체로 평이한 가운데 전 영역에 걸쳐 고난도 문항이 일부 있어 상위권과 중위권 사이의 변별력이 지난해보다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상위권에서도 얼마나 실수를 적게 하고, 고난도 문제를 맞혔느냐에 따라 점수 차가 지난해보다는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청솔학원 오종운 평가연구소장은 “전 영역에 걸쳐 성적이 조금 오를 수 있지만 영역별 만점자가 크게 줄어 상위권에서는 변별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가스터디 이석록 평가연구소장은 “언어영역은 지난해에 비해 3, 4점가량 낮아질 수 있다”며 “최상위권은 각 영역의 한두 개 고난도 문제로 점수 차가 벌어질 수 있으며 중위권은 언어영역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학원 김영일 원장은 “‘가’형이 ‘나’형보다 어렵게 출제됐기 때문에 ‘가’, ‘나’에서의 유·불리가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며 “수리 ‘나’를 치른 상위권 수험생들은 실수 여부에 따라 표준점수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탐구영역은 일부 과목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편이어서 선택과목 간 유·불리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유웨이중앙학원 이만기 평가이사는 “수능 성적이 기대보다 낮을 것 같으면 남은 2학기 수시모집이나 대학별고사에 집중을 해야 한다”며 “내신성적을 위해 기말고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이 설 기자 snow@donga.com
■ 이색 문제
“자전거도로 설치 건의문 쓰시오”
“연예인 테러에 대한 처벌 기준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이색 문제들이 눈길을 끌었다.
1교시 언어영역 듣기 문항 3번은 전통 놀이인 ‘고누’로 사고력을 평가했다. 수험생은 아버지가 ‘고누’ 놀이법을 아들에게 설명하는 말을 방송으로 듣고 자신의 돌로 상대방의 돌을 잡는 방법을 추론해야 했다.
시의회에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작성하고,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설문의 개요를 짜는 문제도 나왔다. 저출산과 여성 전문직의 증가, 결혼을 꺼리는 풍토 등 사회 변화에 따른 복지정책과 관련된 시사 문제도 등장했다. 지문에 나타난 사람들의 성향을 막대그래프 위에 나타내는 문제도 눈에 띄었다.
3교시 외국어(영어)영역 듣기 문항 12번은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 등 뉴스 헤드라인 4가지를 앵커가 읽어 주고 답을 찾는 문제였다.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를 보며 답을 찾는 문제, 한국의 전통 겨울모자 ‘남바위’를 설명하며 틀린 단어를 찾는 문제도 출제됐다.
사회탐구에선 중국의 ‘동북공정’을 의식한 듯 조선시대 지방관리의 일기를 인용해 백두산과 간도 영유권을 다루는 문제가 나왔다. 연예인 테러에 대한 처벌 기준을 묻는 문제는 최근 발생한 연예인 음료 테러 사건을 연상시켰고, 독일 월드컵 한국 대 스위스전을 앞두고 발생한 ‘빨간 비옷 품귀 현상’은 수요·공급 문제의 소재로 등장했다.
생물Ⅱ 18번 문제는 ‘황우석 파문’을 연상케 했다. 핵치환으로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를 만들고 유전자 지문검사로 줄기세포의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을 다뤘다. 이는 황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의 진위 확인 과정과 유사하며, 두 개의 줄기세포가 모두 가짜인 것이 정답이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안태인 출제위원장 “언어-외국어 시사 소재 활용”
―난이도는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언어영역이 상당히 쉬웠기 때문에 올해는 이보다 어려웠던 9월 모의평가 수준으로 출제했다. 수리나 외국어영역은 지난해 수준이다.”
―모의평가에서 탐구영역이 어려웠는데….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했다. 특정과목에서 1등급이 많고 2등급이 없는 현상을 막으려고 과목마다 변별력 있는 문제를 1, 2문항 넣었다. 사회탐구 11개, 과학탐구 8개, 직업탐구 17개 선택과목의 문항을 상호 검토해 과목 간 난이도를 비슷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문제의 소재는 어떤가.
“언어나 외국어 영역에서 범교과적 소재를 활용했다. 교과서 이외의 지문과 시사적인 소재를 사용했다. 교과서 내용을 알면 충분히 풀 수 있는 수준이다.”
―교육방송(EBS)과의 연계성은 어느 정도인가.
“EBS 문제를 그대로 내지는 않았지만 수험생들이 연계성을 느낄 수 있도록 출제했다. EBS의 지문을 확장 또는 축소하거나 도형 삽화 그림 그래프 등 각종 자료를 활용했다.”
―출제위원에 현직 교사가 얼마나 참여했나.
“현직 교사 참여율은 43%로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아랍어 등 일부 과목을 제외한 검토위원은 모두 현직 교사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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