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동조합도 나라경제 걱정할 때가 됐다

  • 입력 2006년 11월 17일 03시 06분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해 온 현대자동차 노조의 일부 조합원이 소모적인 투쟁을 거부하고 미래지향적 노동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 회사 근로자 70여 명은 “실질적 고용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실사구시(實事求是)로 고민하겠다”며 ‘신노동연합회’의 깃발을 들었다. 이에 동참할 뜻이 있는 근로자가 이미 10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현대차 노조의 일부 강성(强性) 운동꾼들이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침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을 벌이는 데 대해 “노동운동의 한계를 벗어난 정치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12년 연속 파업 기록을 세운 현대차 노조의 일각에서나마 이런 판단이 나온 것은 노동운동 변화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이에 앞서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국가 투자설명회에 동참해 외자 유치를 지원해 왔다.

노사분규와 고임금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면 일자리도 함께 나가고 노조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산하에서도 자신들의 기득권(旣得權)만 움켜쥐려는 투쟁과 사회주의적 이념운동을 거부하는 조합원들이 새로운 노동세력으로 성장한다면 경제발전, 일자리 창출, 근로자 삶의 질 향상이라는 선(善)순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노사현장을 살피고 온 현대중공업 노조 간부들은 “미국에선 회사가 다 쓰러지고 나서야 노조가 정신을 차렸다”고 전했다. 기업이 쓰러진 뒤엔 노조도 있을 수 없다.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협력적 노사관계를 실천해 온 현대중공업 노조는 “더는 정치파업이나 집회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라고 연수보고서에 썼다.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반동으로 강성 노동투쟁을 시작했던 대기업 노조는 그동안 비조직 근로자나 중소기업 근로자보다 훨씬 큰 몫을 챙겼다. 이들 대기업 노조도 이제는 나라경제 전체를 걱정하며 성숙하고 절제된 노동운동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 9월 출범한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그 활동방향에 공감하는 근로자들, 그리고 한국노총 등이 다수 국민의 호응과 사랑을 받는 새로운 노동운동을 펼쳐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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