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군청 홈페이지가 시끄럽다. 합천군이 2년 전 합천읍 황강제방 안쪽 1만6000여 평에 공원을 만들어 임시로 ‘새 천년 생명의 숲’이라 부르고 있는 곳의 이름을 확정하기 위해 설문을 준비하면서부터다.
무엇보다 ‘일해(日海)’라는 합천 출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명칭이 논란의 핵심이다. 합천군은 이 이름에 애착을 가진 듯하다. 설문조사서에도 ‘일해공원’을 제일 앞에 두었다.
‘황강공원’, ‘죽죽공원’, ‘군민공원’ 등이 뒤를 잇는 후보. 황강은 지역의 대표적인 강. 죽죽은 합천이 배출한 신라 충신이다.
설문 대상은 사회단체장, 새마을지도자, 이장 등 1300여 명. 재야단체 인사 대부분은 빠졌다. 한 인터넷 언론은 “군 간부가 읍·면장 회의 때 ‘일해공원이 선정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합천군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군민의 자긍심 고취는 물론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합천이 낳은 인물은 많다. 퇴계 이황과 함께 영남 유학의 양대 산맥인 남명 조식 선생, 의병장 내암 정인홍, 왕사를 지낸 무학대사 역시 이 고장 출신이다.
전 전 대통령은 경우가 좀 다르다는 지적이다. 경남진보연합 관계자는 “5·18민주화운동을 생각한다면 공원 명칭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며 지역감정의 악화를 우려했다.
물론 “전 전 대통령의 업적을 신중히 생각하자”는 찬성 의견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남명 선생의 가르침은 세월을 건너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장부의 이름은 사관(史官)이 책에 기록해 두고 넓은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야지, 돌에 이름을 새기는 것은 날아다니는 새의 그림자만도 못하다.” 합천군이 작명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강정훈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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