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사람/성서프로젝트 예술감독 하정화 씨

  • 입력 2006년 11월 17일 07시 36분


“공단에서 일하느라 정서가 메말라지기 쉬운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곳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마음을 열고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대구 성서공단공공미술프로젝트(성서프로젝트) 예술감독 하정화(43·여·미술평론가) 씨는 16일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지방에서는 처음 시도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성서프로젝트는 예술 소외계층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시범사업으로 문화관광부 지원으로 진행됐다.

하 씨는 “지역의 조각가, 미술가 등 전문가 6명을 포함해 외국인 근로자 등 20여 명과 성서프로젝트 추진팀을 구성해 9월부터 두 달간 함께 작업을 하며 예술과 노동, 봉사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서프로젝트 추진팀은 성서공단 노조 사무실이 입주한 성서빌딩 소유주의 승낙을 얻어 건물 5층 옥상을 작품 전시와 공연이 가능한 ‘무대’로 탈바꿈시켰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곳을 ‘옥상낙원’으로 부른다.

100여 평 규모의 이곳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물탱크가 눈에 들어온다.

이 물탱크에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외국인 근로자의 모국인 9개 나라 국기가 그려져 있고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글이 각국 언어로 적혀 있다.

물탱크 주변 벽에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또 테이블과 벤치 등을 갖춘 천막 쉼터와 이동무대 등이 있고 화분형 텃밭에는 근로자들이 씨를 뿌린 상추와 배추도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콘서트, 영화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려 외국인 근로자와 주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성서프로젝트 추진팀은 행사 기간 중 현수막으로 만든 장바구니, 노동 관련 법률과 정보가 풀이돼 있는 ‘노동수첩’ 등을 근로자들에게 나눠 줬다.

하 씨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쉼터이자 문화 명소가 될 이 옥상낙원은 성서공단 외국인 근로자 고용업체의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또 이 프로젝트가 외국인 근로자의 생활환경 개선에 대해 주민들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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