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공단공공미술프로젝트(성서프로젝트) 예술감독 하정화(43·여·미술평론가) 씨는 16일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지방에서는 처음 시도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성서프로젝트는 예술 소외계층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시범사업으로 문화관광부 지원으로 진행됐다.
하 씨는 “지역의 조각가, 미술가 등 전문가 6명을 포함해 외국인 근로자 등 20여 명과 성서프로젝트 추진팀을 구성해 9월부터 두 달간 함께 작업을 하며 예술과 노동, 봉사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서프로젝트 추진팀은 성서공단 노조 사무실이 입주한 성서빌딩 소유주의 승낙을 얻어 건물 5층 옥상을 작품 전시와 공연이 가능한 ‘무대’로 탈바꿈시켰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곳을 ‘옥상낙원’으로 부른다.
100여 평 규모의 이곳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물탱크가 눈에 들어온다.
이 물탱크에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외국인 근로자의 모국인 9개 나라 국기가 그려져 있고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글이 각국 언어로 적혀 있다.
물탱크 주변 벽에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또 테이블과 벤치 등을 갖춘 천막 쉼터와 이동무대 등이 있고 화분형 텃밭에는 근로자들이 씨를 뿌린 상추와 배추도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콘서트, 영화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려 외국인 근로자와 주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성서프로젝트 추진팀은 행사 기간 중 현수막으로 만든 장바구니, 노동 관련 법률과 정보가 풀이돼 있는 ‘노동수첩’ 등을 근로자들에게 나눠 줬다.
하 씨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쉼터이자 문화 명소가 될 이 옥상낙원은 성서공단 외국인 근로자 고용업체의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또 이 프로젝트가 외국인 근로자의 생활환경 개선에 대해 주민들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