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원회는 현 위치(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뒤편)에 위압적인 랜드마크 건물이 들어서는 것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신청사 건립은 상당기간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청사 계획안을 심사한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원회 한영우(한림대 특임교수) 위원장은 19일 “서울시가 제출한 안은 덕수궁을 비롯한 주변 사적들을 외관이나 높이 등에서 압도한다는 게 위원들의 중론”이라며 “원형의 건물이 자기중심적이고 높은 전망대가 위압적이라 주위 건축물을 모두 내리 누른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또 “서울시는 신청사를 랜드마크 건물로 만들고 싶어 하지만 위원들은 현 위치가 위압적인 건물이 들어갈 만한 적절한 장소인지에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있다”며 “아주 저층으로 짓지 않는다면 덕수궁은 물론 남겨질 시청 본관과도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신청사 건립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위원장의 말대로 신청사를 저층으로 지을 경우 별관에 있는 대부분의 사무실을 수용하는 ‘통합청사’ 개념과는 거리가 멀어 신청사 건립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한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문화재위원회가 서울시의 신청사 추진 계획에 (명시적으로) 제동을 걸기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시민들이 의견을 표명해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신청사 건립계획안이 문화재위원회에서 부결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시는 이명박 전 시장 재직 때인 6월 문화재위원회에 1차로 21층 높이의 항아리형 신청사 건립계획안을 제출했지만 ‘사적지인 덕수궁의 미관을 해칠 수 있다’며 퇴짜를 맞았다.
오세훈 시장 부임 후 4개월 동안 새로 설계해 19층 높이의 태극 문양을 형상화한 2차 안을 10월 제출했지만 역시 부결됐다. 3차 안은 2차 안에서 맨 위층 스카이라운지를 축소하고 1층을 시청 본관과 조화시켜 한 달 만에 제출했지만 또 부결됐다.
이로써 신청사 설계가 문화재위원회를 통과하려면 설계의 전면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연내 착공해 2009년 말 완공하겠다는 시의 계획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문화재위원회로부터 정확한 부결 이유를 통보받은 이후 계획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적지인 덕수궁과 가까운 구역에서는 모든 건축행위에 앞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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