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측은 20일 이 대법원장이 지난해 6월 외환은행 소송 사건을 수임한 경위를 소상하게 공개하면서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정보를 정치권이나 언론에 흘린 것 아니냐”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 대법원장은 전날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송 수임 내용 등이 공개된 데 대해 “사법부의 수장을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 대법원장직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겉으론 자제, 속으론 비난=대법원과 대검 수뇌부는 외견상으로는 정면 대응을 자제했다. 20일 출근길에 이 대법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음해 세력이 어디 있느냐”며 확전을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주례 간부회의에서 “법원과 검찰 간 갈등으로 비치지 않도록 검찰 조직원들이 언동을 신중히 해야 한다”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채동욱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사건을 수임한 것은 론스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양측 수뇌부의 자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원과 검찰은 서로를 향해 의심에 찬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대법원 측은 이 대법원장의 변호사 시절 수임 문제가 논란이 된 배경에 론스타 사건을 수사한 대검 중수부가 있다고 의심했다. 론스타와 외환은행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대법원장의 변호사 시절 수임 약정서 등을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작전’에 나섰다고 보고 있는 것.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론스타 수사와 관련도 없는 이 대법원장의 수임 내용을 뒤져서 이를 언론에 흘린 의심이 든다”며 “검찰이 대법원장에 대해 이 정도인데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해서는 어느 정도이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펄쩍 뛰고 있다.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은 이날 본보 기자와 만나 “검찰이 나라의 큰 어른인 대법원장을 음해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정말 억울하고 섭섭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압수물도 론스타 수사와 관련이 없는 부분은 아예 보지도 않았고 모두 외환은행에 돌려줬다”며 결백을 강조했다.
▽대법원, “성공 보수는 0원”=대법원은 이 대법원장이 맡았던 외환은행 소송의 ‘사건위임 계약서’ 사본을 공개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외환은행 측과 최대 15억 원의 성공 보수금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한 것은 맞지만, 최근 1심 판결대로라면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4년 가을경 이 대법원장은 하종선(구속) 변호사에게서 처음 소송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같은 해 12월 서울 P호텔, 지난해 4월 C호텔에서 외환은행 관계자를 두 차례 만났다.
대법원은 수임한 지 6개월여가 지난 이듬해 6월에야 소장을 접수한 데 대해 “착수금은 고사하고 1억 원이 넘는 소송인지대와 송달료를 은행 측이 입금해 주지 않아 늦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는 유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에 불복해 검찰이 청구한 준항고의 인용 여부를 22일 결정한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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