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21년만에 他대학 출신 총장 탄생…이필상 교수 선임

  • 입력 2006년 11월 21일 02시 56분


20일 고려대 16대 총장으로 선임된 이필상 교수가 선임 직후 고려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홍진환 기자
20일 고려대 16대 총장으로 선임된 이필상 교수가 선임 직후 고려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홍진환 기자
“고려대는 하나의 사립대학이기 이전에 민족의 대학입니다. 국내외적으로 변화가 급격한 시기를 맞아 고려대는 지식을 생산하고 해외에 수출해 한국을 선진국으로 이끄는 대학이 돼야 합니다. 이런 시기에 총장이 돼서 기쁘기도 하지만 어깨가 무겁습니다.”

20일 고려대 16대 총장으로 선임된 이필상(59·경영학) 교수는 이날 오후 고려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덕성과 경영능력을 조화롭게 발휘하는 총장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차기 총장은 1985년 10대 이준범 총장 이래 21년 만에 탄생한 비(非)고려대 출신 총장이다. 따라서 그의 선임을 두고 “고려대가 순혈주의를 깼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차기 총장은 서울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후 미국 유학을 떠나 경영학(컬럼비아대 석박사)으로 전공을 바꾼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 차기 총장은 이에 대해 “비록 학부는 고려대가 아니지만 24년 동안 고려대에 재직하면서 ‘고대인’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차기 총장은 고려대 발전을 위한 주요 과제로 ‘지식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이를 위해 “해외 석학과 우수 학생을 초빙해 교과 내용을 선진화하겠다”고 밝혔다.

학내 일각에서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해 온 이 차기 총장의 과거 경력에 비추어 어윤대 총장에 비해서 학교의 외형을 키우는 데는 소극적이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이 차기 총장은 어 총장처럼 최고경영자(CEO)형으로 학교를 이끌 것이냐는 질문에 “대학 총장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학자의 표상으로서 높은 학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많은 투자를 유치해서 학교를 발전시키는 경영 능력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교수 의회가 연 총장후보 공청회에서 기여입학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던 이 차기 총장은 “기여입학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며 “기여입학제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될 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가 지나친 개혁으로 피로증을 앓고 있다는 논란에 대해 이 차기총장은 “어 총장이 마련한 영어강의 등은 좋은 시도였지만 급진적으로 추진돼 적응기간이 부족했다”며 “학과별 특성에 따라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학내문제에 반발해 과격시위를 벌이다 4월 출교조치를 당한 학생들에 대해서도 “대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기 총장은 입시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와 사회가 대학을 믿고 인재를 맡길 수 있도록 계속해서 정부에 자율성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음 달 21일 취임해 4년간 총장직을 맡는다.

이 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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