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양산 효암고 이내길 교장, 제자 글 묶어 책내

  • 입력 2006년 11월 21일 06시 20분


‘추신(PS):선생님 다음에 우리 친구들한테 제가 편지했다고 말하지 마이소! 괜히 의리 상합니더. 친구들끼리.’(퇴학생 ○○이의 편지)

경남 양산시 효암고등학교 이내길(60·사진) 교장이 제자들의 글을 모아 책을 엮었다. 책 제목은 ‘쓴맛이 사는 맛’. 800여 통의 편지와 반성문,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380여 쪽에 담았다. 책 제목은 이 교장의 학교 운영 철학이기도 하다.

1970년대 중반부터 사고를 치거나 말썽을 일으킨 제자에게서 받은 글들을 모아둔 그의 정성이 남다르다.

“어제는 스승의 날. 몰려온 제자들과 반성문을 펼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골동품 가치가 있지 싶은데 살래 말래? 아니면 네 마누라나 자식한테 팔란다’. 농담어린 협박에 대답 대신 살살 비비며 내미는 술맛이 그만이다. 반성문을 1, 2, 3탄까지 쓴 왕년의 싸움꾼 명이는 벌써 취했다. ‘마누라는 괜찮은데요, 자식한테는 안 됩니다.’”

이 책은 ‘철부지’, ‘천덕꾸러기’, ‘물총사건’ 등 42개의 제목만 봐도 내용이 떠오를 정도다. 오랜 교직생활에서 체득한 이 교장의 인생철학도 담겨 있다.

이 교장은 “악동들의 반성문을 바탕에 깔아보면 분명 ‘길’이 있을 것”이라며 “원고지는 빛이 바랬지만 그들의 진심과 추억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진주교대를 졸업한 그는 진주와 부산에서 초중고 교사를 거쳐 2001년 공채로 사립인 효암고 교장에 임용됐다. 그가 추진한 ‘즐거운 학교 만들기’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효암고는 24일 오후 6시 교내 강당에서 ‘쓴맛이 사는 맛! 이 맛에 한잔하는 날’이라는 주제로 이 교장과 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연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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