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충북대박물관 ‘김원택 묘역 출토 복식전’

  • 입력 2006년 11월 21일 06시 57분


300여 년 전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의 여인들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이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자리가 충북대 박물관에 마련됐다.

내년 2월 28일까지 열리는 ‘한성부 판윤(지금의 서울시장) 김원택 묘역 출토 복식 특별전’이 바로 그것. 김원택(1683∼1766)을 비롯해 그의 부인인 청송 심씨(1683∼1718), 큰며느리 한산 이씨(1712∼1777), 셋째 며느리 전주 이씨(1722∼1791년) 등이 생전에 입었던 옷가지와 수의 등 118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 유물들은 2003년 4월 충북 청주시 산남3지구 택지 개발을 하면서 이곳에 있던 김원택 묘역을 이장하다가 출토된 380여 점 가운데 일부다. 후손인 김용은 씨 등이 박물관에 기증한 것을 3년여 동안 세척과 냄새 및 이물질 제거, 훈증처리 등 보존처리를 한 뒤 이번에 일반에 공개했다.

광산 김씨 문원공파 32대손인 김원택은 조선 예학의 태두인 김장생의 고손자로 67세 때인 1745년(영조 21년)에 청주목사를, 84세 때인 1766년 한성부 판윤을 지낸 사람. 전시된 유물을 보면 명문가 여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시어머니인 청송 심씨는 일찍 세상을 뜬 탓에 두 며느리와 생전엔 만나지 못하고 300여 년 만에 옷으로 만나게 됐다. 4남매를 두고 35세에 세상을 떠난 청송 심씨의 옷은 가짓수가 많고 화려한 게 특징. 연꽃, 매화, 모란, 인동초, 포도, 구름 등 다양한 무늬가 평상복의 소매와 깃 등에 사용됐다. 특히 수의의 가슴과 등에는 ‘목숨 수(壽)’자가 새겨져 있어 어린 자식들을 두고 일찍 세상을 뜬 어미에 대한 남은 이들의 안타까움이 묻어 있다.

이융조 박물관장은 “조선 후기 양반 계층의 의복 및 장례 문화를 알 수 있는 좋은 자료”라며 “출토 유물들이 보존 상태가 좋고 학술적 가치도 높아 문화재청에 국가문화재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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