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즈/대학배구 20연승 이끈 최천식 감독

  • 입력 2006년 11월 21일 06시 57분


파죽지세의 20연승으로 올해 열린 5개 대학배구대회에서 전 관왕에 오른 인하대 배구팀. 1976년 팀 창단 이래 30년 만의 쾌거다.

갈채가 쏟아지는 가운데 팀을 승리로 이끈 인하대 최천식(42) 감독의 지도력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5월 춘계대회를 시작으로 10월 추계대회와 전국체전, 이달 초 종합선수권대회에 이어 13일 끝난 대학배구 최강전까지 인하대가 5개의 전국대회를 모두 휩쓴 것은 선수들을 하나로 묶은 최 감독의 ‘리더십’ 덕분이었다고 팀 안팎에서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4월 부임한 후 선수들에게 ‘믿음’을 강조했다. 선후배 간, 감독과 선수 간의 끈끈한 믿음은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 내는 결속력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경기대와 맞붙은 추계대회 결승전은 ‘믿음의 배구’가 빛을 본 명승부였다.

세트 스코어 2-0으로 인하대가 뒤지고 있어 연승 행진이 끝나려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실수한 선수에게 다가가 껴안아 주며 격려했다. 모두가 졌다고 생각한 이 경기에서 인하대는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할 때는 다음 플레이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경기가 잘 안 풀려도 선수들이 웃는 것은 서로를 믿기 때문이죠.”

그는 고된 훈련을 마친 선수들의 여자친구 이름을 부르며 농담을 건네는 등 팀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한다.

스타플레이어에게는 ‘겸손’을 강조한다.

국가대표팀 합숙훈련을 위해 태릉선수촌에 입소한 선수들에게는 선후배에게 안부 전화를 하라고 지시한다.

최 감독은 대회기간에 경기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을 찾아 이를 차단했다.

대회기간에는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다. 오후 9시 이후에는 컴퓨터를 켜지 못하게 한다. 지방대회에 출전하면 시내와 멀리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는다. 경기에만 집중하라는 뜻이다.

인하대 선수들의 평균 신장은 193cm로 다른 대학팀 평균보다 4∼6cm 작다. 이 같은 단점을 체력과 기본기로 극복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혹독한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를 시켰다.

지난겨울 국내 대학팀 중 유일하게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와 기본기를 다듬고 빠른 플레이를 익힌 것도 전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

최 감독은 2000년 대표팀을 은퇴한 후 대한항공 배구팀에서 코치 겸 선수로 활약했다.

팀 내 불화로 코트를 떠난 뒤 김포공항 탑승카운터에서 7개월간 발권 업무와 승객의 짐을 부치는 일을 하기도 했다.

이후 사업을 시작했다가 퇴직금을 모두 날리는 시련을 겪었다.

사업을 접고 인하대부속중에서 체육교사로 일하며 방송 해설위원으로 일하던 그는 모교의 부름을 받고 사령탑으로 코트에 돌아왔다.

그는 “코트를 떠난 뒤 힘든 생활을 했지만 배구에 대한 사랑과 열망은 식지 않았다”며 “선수들에게 ‘우리는 가장 강한 팀’이란 신념을 갖게 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인하대와 대한항공을 거치며 13년간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코트의 귀공자’란 별명으로 오빠 부대를 몰고 다녔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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