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사람을 돌아보라
구 소장은 50세가 된 순간부터 매년 실천할 10가지 계획을 세워 3년째 꾸준히 지켜 오고 있다. 그 핵심은 ‘사람에 대한 투자’다.
그는 우리네 인생에서 3가지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재정적 투자. 두 번째가 자기계발을 위한 투자이고 마지막이 다른 사람에 대한 투자다.
구 소장 자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돕기 위해 ‘개인대학’을 개설했다. 매년 10명가량의 연구원을 뽑아 2년 과정 동안 구 소장 자신이 터득한 변화경영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수업료는 없지만 매주 리포트를 내야 하고 졸업을 위해선 각자가 자기계발에 대한 책을 한 권씩 써야 한다.
구 소장의 ‘50대 10계명’ 중에는 이 밖에도 △1년에 100권의 책을 읽고, 1권의 책을 쓰자 △1년에 한 번 좋은 시절, 좋은 친구들과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자 등이 담겨 있다.
눈길을 끄는 독특한 계명 하나는 가난과 외로움을 체험하는 것. ‘60세가 되는 날 한적한 어촌을 찾아가 평일 하루에 1000원, 주말 1만 원으로 한 달간 버티며 생활하자’는 것이다.
“은퇴 이후를 상상해 봤어요. 시간은 넘쳐나는데 쓸 수 있는 돈은 적은 상황에서 그 외로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한계상황에서 외로움을 벗 삼아도 버텨낼 수 있는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일종의 시뮬레이션 게임을 준비하는 겁니다.”
○ 다시 공부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
50세 이후를 또 하나의 새로운 삶으로 적극적으로 살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고 좀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데 유서 쓰기가 큰 도움을 준다는 것. 이는 구 소장이 제안하는 ‘10년 후 내가 들어가 있는 아름다운 장면 10개를 생각해 보라’와도 일맥상통한다.
최 교수가 동년배 50대에게 가장 강조하는 ‘생존기술’은 공부다.
“한국인의 평균적인 삶을 돌아보면 기껏해야 20년 남짓 돈벌이를 하겠다고 10대와 20대 대부분을 투자합니다. 50세 이후 30∼5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그 기간을 위해서는 공부 한 자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언어도단이죠.”
공부만큼 노는 것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최 교수는 은퇴생활자의 말을 인용해 “노는 것도 최소한 10년은 배워서 준비해야 한다”며 ‘잡기(雜技)’를 배우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라고 제안했다.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친구관계를 확실히 다지는 일이다. 함께 늙어갈 친구들이 주변에 있는 것만큼 큰 행복도 없다는 점에서 최 교수는 이를, 나를 위한 ‘행복 네트워크’의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 운동을 배울 수 있는 마지막 시기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박원하 교수는 “50대는 40대에 비해 육체적 능력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60대가 되면 평형감각이 떨어져 새로운 운동기술을 배울 수 없게 된다”며 “50대는 운동기술을 터득할 마지막 시기이므로 자신의 사회경제적 여건이나 흥미를 감안해 한 가지 운동 기술을 충분히 터득해 두라”고 조언했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50대에 막 접어들 때 자산 구성, 보험, 연금, 역모기지, 실버타운 등 5가지를 검토하라고 충고한다.
신한은행 고준석 PB팀장은 “환금성과 현금의 자산가치 변동이라는 2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한다면 50대 초반에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이 50 대 50 정도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어떤 대비보다도 50대가 이루어야 할 발상의 전환이 궁극적으로 가 닿아야 하는 것은 행복의 원천을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두는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이시형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장은 “50대는 줄곧 가족이나 회사 등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삶을 규정해 온 세대이기 때문에 지금부터의 삶에서는 ‘개인’을 찾아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그 실천 방법으로 ‘기부의 생활화’를 제안했다.
“자식에게 물려주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번 돈은 내 대에서 쓰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작정해야 합니다. 그러면 가족과의 관계 맺기, 내 삶에서의 우선순위 등 삶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질 겁니다.”
■“늦었다고요? 잠자는 꿈을 깨우세요”
“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한 마리 개에 불과했다. 앞에 있는 개가 자기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같이 따라 짖었던 것이다.”
중국 명나라 말기의 사상가 이탁오는 자신이 공자의 그늘을 벗어나 독자적 사유를 펼친 때가 지천명(50세)의 나이를 넘어서라고 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관직을 전전하다가 53세에 벼슬길에서 물러난 뒤에야 자신의 독자적 사상을 담은 ‘분서(焚書)’와 ‘장서(藏書)’ 집필에 매진해 불멸의 명성을 얻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백곡 김득신은 1만 번이나 읽어 곁에 있던 하인조차 외워 읊조릴 수 있는 책의 내용을 잊어버릴 정도로 노둔했다. 그런 그가 고군분투 끝에 과거에 급제한 나이가 58세. 이후 그는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거듭났다.
이마누엘 칸트가 자신의 대표작인 ‘비판 3부작’의 첫 책 ‘순수이성비판’을 발표한 나이는 57세였다. “20세기 가장 아름다운 철학을 구현했다”는 평을 듣는 에마뉘엘 레비나스에게 첫 명성을 안겨준 ‘전체성과 무한’이 발표된 것도 그의 나이 56세 때였다. 여고 졸업 학력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뒤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를 하며 두 차례의 결혼과 이혼을 겪었던 서진규 씨. 뒤늦게 미군에 입대한 뒤 공부를 시작한 그는 58세인 올해 6월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은퇴한 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자선사업가로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그의 나이도 올해 ‘겨우’ 51세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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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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