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 ‘高병원성’ 확인돼도 익혀 먹으면 안전

  • 입력 2006년 11월 24일 03시 07분


닭 공장 “어쩌나”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발생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닭고기 가공업체 ㈜하림에 초비상이 걸렸다. 23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 어량리의 하림 공장에 도살을 앞둔 수백 마리의 닭을 실은 트럭이 도착한 가운데 닭 한 마리가 우두커니서 있다. 익산=전영한 기자
닭 공장 “어쩌나”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발생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닭고기 가공업체 ㈜하림에 초비상이 걸렸다. 23일 전북 익산시 망성면 어량리의 하림 공장에 도살을 앞둔 수백 마리의 닭을 실은 트럭이 도착한 가운데 닭 한 마리가 우두커니서 있다. 익산=전영한 기자
《전북 익산 지역에서 닭이 집단 폐사한 원인이 인체에도 감염되는 고(高)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농림부는 23일 긴급 브리핑을 하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해당 농장의 닭을 검사한 결과 고병원성 AI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집단 폐사 농장 인근에 국내 최대 닭 가공업체인 하림 등의 부화장, 도계장, 농장이 있어 닭고기 수급은 물론 수출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고병원성 여부 25일 최종 확인

AI는 고병원성과 약(弱)병원성으로 나뉜다.

고병원성은 닭이나 오리에 감염되면 80% 이상의 폐사율을 보이고 사람에게도 전파되기 때문에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A급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번 바이러스는 1차 유전자증폭검사(PCR) 결과 고병원성 가능성이 높은 ‘H5’ 계열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병원성인지에 대한 최종 판정은 바이러스를 계란에 주입해 증식, 분리한 뒤인 25일 밤늦게나 나온다.

고병원성 AI는 2003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발생해 모두 43개국에서 발견됐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258명이 고병원성 AI에 감염돼 153명이 목숨을 잃었다. 치사율이 59.3%에 이르는 것.

한국에서도 2003년 AI 발생 당시 도살 작업에 참여했던 인원 가운데 4명이 AI에 감염됐다. 하지만 다행히 항체 형성만 확인됐을 뿐 생활에는 별 지장이 없었다.

○ 피해 확산 우려

한국에선 2003년 12월부터 2004년 3월까지 전국 10개 시군 19개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당시 53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도살 처분됐으며 피해액이 1500억 원에 이른다.

농림부는 이번에 도살 처분된 가금류와 폐기된 계란 등에 대해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시가(時價)대로 보상하고 필요하면 농가에 생계 안정자금도 지원할 방침이다.

일단 AI로 확인되면 닭과 오리 고기 소비 감소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 2003년 당시에도 AI 발생 소식이 전해지자 닭과 오리 고기의 소비량이 평소의 40% 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정부는 닭이 떼죽음을 당한 농장에서 8∼9km 떨어진 곳에 하림, 동우 등 닭 가공업체들의 부화장, 도계장 등이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일시적이라도 폐쇄되면 국내 닭고기 공급 자체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수출 전선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은 AI 의심 사례만 드러나도 닭과 오리 고기의 수입을 잠정 중단하기 때문. 올해 10월까지 닭과 오리 고기 수출액은 702만 달러(약 66억6900만 원)에 이른다.

특히 닭과 오리 고기의 대일(對日)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한국산 닭고기의 가장 큰 수입국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일본은 우선 수입을 전면 중단한 뒤 상황을 봐서 익힌 상태로 수출되는 삼계탕 가공육의 수입은 풀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익혀 먹으면 안전

AI에 감염된 닭이나 오리도 익혀 먹으면 인체에는 해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AI 바이러스는 끓는 물에선 몇 초 만에, 약 75도의 온도에서는 5분 정도면 죽는다.

사람은 AI에 감염된 조류에 직접 접촉하거나 조류의 배설물 등에 노출됐을 때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학계는 AI에 감염된 사람과 접촉하는 것만으로는 감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남중 교수는 “의학계에선 지금까지 가금류를 키우는 농민이 주로 AI에 감염된 것을 감안할 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전파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설사 감염됐더라도 곧바로 대응하면 별 문제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팀장은 “감염된 뒤 48시간 안에 AI 예방 및 치료약인 타미플루를 복용하면 방어력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다만 독감 환자가 AI에 감염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AI가 함께 있으면 유전자 재조합 과정을 통해 돌연변이 바이러스로 바뀔 수 있기 때문.

AI 사망자가 캄보디아나 베트남 등에서 주로 발생한 것은 발병 즉시 방역조치를 안 해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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