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일요일인 12월 3일은 태국인 차례다.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대형 사진을 걸어 놓고 ‘국왕 축제’를 열 계획. 주한 태국대사를 비롯해 태국인 700여 명이 모이는 국내에선 흔치 않은 태국인만의 잔치다. 학교 측은 체육관과 강당 등 학교를 개방하고 관심 있는 학생들은 안내 도우미로 참가시킬 계획이다.
이 행사 외에도 스리랑카 대명절 축제, 필리핀 농구 페스티벌, 몽골 다담 축제, 네팔 전통 혼례, 외국인 미니올림픽 등 올해 들어 이 학교에서 열린 외국인 행사는 10차례가 넘는다.
김성범 연구부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 올해부터 학교를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며 “학생들도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가장 많은 안산시는 등록된 외국인 근로자가 2만3000여 명에 불법 체류자까지 포함하면 4만 여 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곡고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원곡본동에 자리 잡고 있다.
원곡고는 이런 특성을 감안해 올해부터 정규 교과 시간인 ‘진로와 직업’ 시간에 외국인 근로자를 초청해 10여 개국의 전통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관성 교감은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인이 기피하는 3D 업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상당수 외국인 근로자가 자국 내 우수 대학을 나온 엘리트”라며 “이들에게서 세계사 시간에 배우지 못하는 생생한 정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다목적시설인 청운관 옥상에 동남아시아 등 15개국 국기가 게양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곳에서 외국인 행사가 많이 열리기 때문에 상설 게양하고 있다는 것.
학교 측의 지원에 힘입어 교내 12개 동아리는 안산지역 외국인 근로자 지원 단체 10곳과 자매결연을 하고 활동 중이다.
댄스 동아리 IRD 권경훈(1년) 군은 “9월에 열린 스리랑카 음식문화 체험에 도우미로 참가했는데 처음 입어 보는 옷과 음식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역사와 문화, 전통 등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 선입견이 많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생과 지역사회의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청운관 2층에 태국 등 12개국 코너를 마련해 다문화 체험센터를 조성하고 외국인과의 교류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이우석 교장은 “우리가 어려울 때 외국의 많은 도움을 받았듯이 우리도 이들을 돕고 또 이들에게서 고유문화를 배우니 일석이조”라며 “장기적으로 학생들을 동남아시아로 보내 봉사활동을 하며 다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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