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 수사참여 50명 ‘범죄硏’ 세미나서 밝힌 뒷얘기

  • 입력 2006년 12월 4일 03시 00분


7월 말 발생한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냉동고 갓난아기 유기 사건은 한국의 과학수사 역량을 세계적으로 과시한 계기가 됐다.

당시 이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 수사지휘 검사, 법의학 교수 등 50여 명이 1일 서울중앙지검에서 ‘강력범죄실무연구회’ 세미나를 열었다.

이 모임은 철저하게 현장에서 증거를 찾고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범인을 찾아내는 ‘한국판 CSI(미국의 범죄현장감식기관)’를 꿈꾸며, 올해 6월 박충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법의학회장인 이정빈 서울대 교수, 이복태 대검찰청 형사부장, 서중석 국과수 법의학부장 등이 참석한 이날 세미나에는 최근 발생한 살인사건 수사의 뒷얘기가 일부 공개됐다.

한국과의 사법공조를 통해 냉동고 갓난아기 유기 사건을 수사 중인 프랑스 당국은 최근 자신들이 수사한 내용의 일부를 보내 왔다.

구속돼 있는 베로니크 쿠르조(39·여) 씨는 임신 중에 태아를 죽여야겠다고 마음먹고, 출산 직후 목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아의 탯줄은 자신의 이로 끊어 절단 단면이 불규칙적이었다. 프랑스 측이 보내온 수사 기록은 그 자체가 충격이었다고 한다.

프랑스 당국은 남편 장루이 쿠르조 씨가 베로니크 씨의 임신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남편을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프랑스 당국은 곧 한국에 와 현장 조사를 할 예정이다.

영아 살해범의 윤곽은 부검을 통해서 가닥이 잡혔다.

부검을 실시했던 전석훈 국과수 법의관은 “두 영아의 부패 정도와 탯줄의 길이가 달라 다른 시점에 태어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폐의 부유(浮游) 검사를 통해 출산 전 숨지지 않은 것을 확신한 부검팀은 영아 살해범을 밝히기 위해 유전자(DNA) 분석팀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이후 쿠르조 씨 부부의 집에서 수거한 생활용품 9점과 베로니크 씨의 자궁 적출수술을 한 병원에서 그의 세포조직을 확보해 DNA 분석이 이뤄졌다.

DNA 분석 결과는 한국인의 경우 10억 명당 1개가 일치할 만큼 무오류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DNA 분석의 경우 한국은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똑같은 13개의 마커를 사용하고 있으나 유럽연합은 8개, 인터폴은 7개만 사용하고 있다.

서중석 부장은 “프랑스에서도 부검과 DNA 분석을 같은 기관에서 처리하는 한국의 국과수 시스템을 부러워했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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