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 기사목록 |
《각 대학의 정시모집 논술 기출문제를 보면 문항의 유형과 분량은 해마다 조금씩 바뀌지만 주제는 되풀이되고 있다. 요컨대 논술 주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 문제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실천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수험생의고민과 생각을 읽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주제는 개인과 개인 또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 속에서 공론화된 시사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공교육 현장에서 철학과 논술을 가르치는 고교 교사와 논술전문 학원 강사들이 선정한 ‘올해 정시모집에서 출제될 만한 이슈 10선’을 소개한다.》
시사 쟁점에 대한 논리적 시각 갖추고 있나
북한 핵 문제를 국제관계에서의 힘의 논리, 평화의 의미, 대화와 타협에 의한 문제 해결방식의 한계 등과 연결지어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 폭력적인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정당한지, 예를 들어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또 다른 전쟁은 정당한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또 북핵 사태와 관련해 남북관계, 동북아 평화, 국제 질서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2] 부동산 정책
국가가 시장 경제에 개입해 통제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고 적절한 것인지를 묻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집값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국가 권력의 남용과 개인의 재산권 문제와 연결지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헌법에 서술된 공공의 이익에 따른 재산권의 제한은 어디까지 가능하며, 또 어떻게 행사돼야 하는지 살펴 두자.
[3] 세계화와 경제
세계화의 개념 정리와 함께 세계화 물결이 우리 생활에 미칠 영향력을 정리해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주요 자료를 살펴보고 쟁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FTA 문제는 각 경제 주체의 이익에 따라 상반된 해석이 있을 수 있는 분야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과 관련해 해외 자본의 유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세계화가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견을 정리해 놓아야 한다.
[4] 세계화와 문화 갈등
세계화의 이면에 존재하는 인종과 종교의 갈등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문화의 상대성과 종교의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공부해 둘 필요가 있다. 종교가 공동체의 윤리나 사법체계와 갈등을 겪을 경우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특정 종교에 대한 비판과 사상의 자유 간의 관계는 무엇인지도 출제 가능한 주제다.
[5] 원본과 복제
원본 없는 복제, 원본을 대신하는 복제, 원본보다 더 원본 같은 복제를 ‘시뮬라크르’라고 부른다. 원본을 모방한 ‘짝퉁’의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화 사회에서 원본과 복제품이 갖는 의미는 ‘짝퉁’과는 어떻게 다른가. 온라인상에서 지적 저작권은 어느 정도까지 인정돼야 하는가 등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6] 여성의 지위와 ‘된장녀’ 논란
된장녀 논란은 허영심 많은 일부 여성의 물질주의와 가식 문화를 비꼬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에 대한 남성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유난히 외적인 부분에 집착하는 여성 심리와도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남녀 차별 또는 갈등을 사회학적 측면에서 분석해 보고, 나아가 인류의 발달과 여성의 권익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7] 과학기술과 인간의 삶-유비쿼터스
과학 분야에서는 인간의 삶과 관련한 가치 판단과 해결 방안을 묻는 논제가 주로 출제된다. 따라서 유비쿼터스 문제를 단순히 정보 기술 분야의 이슈로만 보지 말고, 인간 삶의 전반에 미칠 파장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특히 과학기술의 인간 파괴 위험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이를 윤리(개인주의), 일반사회(다양한 인간관계와 사회조직, 정보 보호 및 감시), 정치 경제(노동) 등과 연계해 보는 것이 좋다.
[8] 환경과 인간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제에 반론을 제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상식은 가장 무서운 편견일 수 있다. 환경보호 단체들도 때로는 그 자체가 권력집단이 되기도 한다. 환경 운동은 그 자체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태주의에서, 환경을 자연으로 보고 지속적인 이용을 위해 보호해야 한다는 실용주의까지 다양하다. 이들의 다양한 이론을 통해 천성산, 새만금 등 대표적인 환경 논란을 고찰해 보자.
[9] 다름과 틀림
과거의 ‘틀림’이 차츰 ‘다름’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 죄악시되던 동성애도 최근에는 남들과 ‘다른’ 성적 취향으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다. 누가 나와는 다른 믿음을 갖고 있더라도 그가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논리다. 현대 사회에서 ‘다름’을 포용하고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일까?
[10] 인문학의 위기
대학의 개편과정에서 학생 정원과 취업, 교수 연구비 등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면서 인문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는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진정성을 황폐하게 하는가? 아니면 수요가 줄어드는 학문은 시장 경제의 원리에 따라 도태되어야 하는가? 등의 주제가 출제될 수 있다.
정리=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