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영화를 꼼꼼히 살펴보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생물학 정보들 중 적지 않은 내용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제목부터 보자. ‘쥬라기 공원’이란 제목은 올바른 것일까.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흉측하고 잔인한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일명 ‘티렉스’라고 하는 이 공룡의 학명은 ‘Tiranosaurus rex’)와 초식공룡 트리케라톱스(학명은 ‘Triceratops’)는 쥐라기에 살지 않았다. 쥐라기 이후 지질시대인 ‘백악기(Cretaceous)’에 살다가 멸종한 공룡이다.
실제로 영화 ‘쥬라기 공원’의 원작인 동명 소설이 출판된 뒤 저명한 진화화석학자인 미국 하버드대의 스티븐 굴드 교수는 원작자인 마이클 클라이튼에게 “왜 ‘쥬라기 공원’의 책 표지에는 백악기 시대의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가 나와 있느냐”고 물은 바 있다. 당시 마이클 클라이튼은 “그 점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으며 이야기에 적합한 이미지를 가진 공룡을 고르다 티라노사우루스를 선택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즉 원작자는 과학적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선사시대 공룡을 이 시대에 부활시키기 위해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했을 뿐이었던 것이다. 이 영화를 감독한 스티븐 스필버그 역시 그 스스로가 전문가 수준의 공룡 지식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 자신이 보고 자란 괴물영화들을 자기 손으로 부활시킨다는 사실 자체에 흥분한 나머지 공룡에 대한 과학적 엄밀성을 간과했다.
공룡 이야기가 나왔으니 좀 더 짚어보자. 1편에 이어 2, 3편에도 등장하는 육식공룡 벨로시랩터는 어떨까. 벨로시랩터는 쥐라기가 아닌 백악기에 살았을 뿐 아니라 1.5∼2m인 실제 크기는 영화에서 두 배 이상 부풀려졌다.
영화에서처럼 호박 속에 보존된 죽은 모기의 몸속에서 모기가 빨아먹었던 공룡의 피를 찾아낸 뒤 이 공룡의 피에서 DNA를 뽑아 공룡을 부활시킨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답은 단연코 ‘아니다’이다. 현재의 생명공학기술로는 불가능하다.
일본에서는 시베리아의 지하 얼음덩어리 속에 냉동되어 있던 매머드를 유전공학기술로 재탄생시키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최근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국가들이 멸종한 동굴 곰과 매머드의 유전체를 복제해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나 이들 동물을 완전히 재현해내는 데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미래에 과학기술이 발전되면 이러한 일들이 현실화되지 말란 법은 없지만 말이다.
공룡과 같은 멸종 생물들이 지구에서 사라지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공룡 자체의 문제도 있거니와 그 당시 공룡이 멸종할 만한 지구 환경조건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러한 자연의 이치를 되돌려 공룡을 재현해내는 행위는 예기치 못한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공룡이 멸종되었기에 그 뒤 포유동물이 등장하여 인간을 포함한 젖먹이동물의 세상이 된 것 아닌가. 공룡의 불행이 인간에겐 다행이 된 셈이니, 세상은 늘 상대적인 것 같다.
김창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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