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운영 비판하며 대안도 같이 찾을 것” 서울대 교수협 회장

  • 입력 2006년 12월 5일 03시 05분


“지금까지 교수협의회는 집행부의 대학 운영을 감시하고 비판해 왔지만 서울대가 세계적 대학으로 발전하는 데 보탬이 되기 위해 집행부의 일원이 됐습니다.”

서울대 장호완(63·지구환경과학부·사진) 교수협의회 회장이 이장무 총장 취임 이후 구성된 장기발전계획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위원회는 20년 뒤 서울대의 비전을 마련하는 활동을 한다.

교수협의회는 대학 본부의 운영 등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야당’ 역할을 많이 하기 때문에 총장 등 집행부가 껄끄러워하는 존재다. 이 때문에 총장과 교수협의회장이 사사건건 대립하는 일이 많았다.

이 총장은 이 위원회의 교수 대표 공동위원장이었던 안경환 법대 교수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되자 대학 본부 측 공동위원장인 김신복 부총장과 함께 일할 인사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이 총장은 공대 학장을 맡았던 시기에 자연대 학장으로 일했던 장 회장에게 과감한 제안을 했다.

장 회장은 “교수협의회장이라 공동위원장을 맡는 게 힘들다고 여러 차례 사양했다”면서 “이 총장이 ‘비판만 하지 말고 앞장서서 발전 계획을 조정하고 교수들을 이끌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말했다. 교수협의회 부회장단은 고민을 털어놓는 장 회장에게 공동위원장직을 수락하라고 권했다.

그는 “대학 집행부가 훌륭한 계획을 세워도 1000명이 넘는 교수가 동참하지 않으면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이제 비판에만 머물지 않고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수 71명이 참여하고 있는 장기발전계획위는 운영위원회와 법인화, 운영, 학사, 연구국제화, 캠퍼스, 대학문화 등 6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2010년까지 세계 50위권, 2015년까지 25위권, 2025년까지 10위권 대학에 진입하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전체 교수에게 아이디어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장 회장은 “10여 개 분야는 세계적 수준이 되도록 집중 육성해 미국 대학은 물론 일본 도쿄대, 중국 베이징대와 겨룰 수 있는 대학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정년을 1년 반 남겨 둔 그는 “‘왜 서울대가 세계 100대 안에 못 드느냐’ ‘교수는 철밥통’이란 소리는 참기 어려운 모욕”이라며 “교수 스스로 엄격한 평가 잣대를 만들고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발전계획위의 법인화소위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 중인 국립대 법인화 법안을 분석하고 자체 방안을 만들고 있다.

장 회장은 “정부 안은 자율성 신장보다 대학 관리의 효율성에 더 역점을 둔 것 같아 아쉽다”며 “서울대는 능동적으로 법인화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후배들의 강권으로 두 번째로 교수협의회장을 맡았고, 2002년 총장 선거에 출마해 정운찬 전 총장에게 밀려 낙마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이 2008학년도 통합논술고사와 관련해 정 전 총장을 인신공격할 때 “방향이 옳기 때문에 적극 지지한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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