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A주점에서 손님으로 가장해 들어와 혼자 있던 가게 주인 송모(52·여) 씨를 고무장갑으로 목 졸라 살해한 뒤 5만 원을 강탈한 사건이 일어났다.
송 씨의 하의는 벗겨져 있었지만 성폭행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현장 감식반과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분석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범인과 송 씨가 함께 있었던 테이블 위에는 맥주병과 컵, 재떨이, 이쑤시개 3개가 있었고 바닥에는 고무장갑만이 있었다.
맥주병과 컵도 이미 깨끗하게 닦여져 지문 채취가 불가능했다. 싱크대 개수대에 담배꽁초 2, 3개가 있었지만 물에 젖어 DNA 추출도 힘들었다.
한 수사요원이 재떨이에서 범인이 안주로 먹었던 포도 껍질과 포도 씨 2개를 발견했다.
물에 약간 젖어 있어 DNA 추출이 힘들 것 같았지만 일단 증거물로 보관하기로 결정했다. 현장에 남겨져 있는 범인의 신발 자국도 함께 사진으로 찍었다.
경찰은 포도 씨와 이쑤시개를 국립과학수사대로 보내 DNA 조사를 의뢰하고 경찰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수만 가지의 신발 문양을 대조해 특정 운동화란 것을 알아냈다.
보름 뒤 국립과학수사대는 DNA 조사 결과 ‘신원을 알 수 없는 2명의 남자’라는 사실을 통보해 왔다.
지난달 16일에는 충남 천안시 성정동 정모(42·여) 씨의 원룸에 가스검침원을 가장해 침입한 뒤 정 씨를 전선줄로 목을 졸라 살해하고 장롱 속에 있던 금품을 훔친 사건이 일어났다.
전선줄로 목이 졸려 살해됐고 성폭행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해 정 씨의 허벅지에는 남자의 정액이 묻어 있었다.
경찰은 범인들이 정 씨의 휴대전화로 사건 당일 노원구 월계동 지역에서 성인 채팅 전화와 PC로 인터넷에 접속한 사실을 확인하고 인터넷 IP 추적과 휴대전화 실시간 위치 추적을 한 결과 11월 27일 김모(34) 씨와 민모(34) 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분석팀은 이틀 뒤 아침 컴퓨터에 올라와 있는 천안 사건의 범인검거보고서를 보고 노원구 주점 살인사건을 떠올렸다.
천안경찰서에 신발 자국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고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신발 자국을 비교해 본 결과 수사팀의 직감이 맞았다.
또 수사팀은 피의자 유전자에 대한 긴급 감정을 의뢰해 국립과학수사대로부터 포도 씨에서 추출한 DNA와 동일한 것임을 확인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프로파일링(Profiling)기법:
범인이 범죄현장에 남긴 미세한 증거와 눈에 보이지 않는 범행 성향을 조사하여 대략적인 범인의 범위를 줄여 나가거나 범인을 찾아내는 수사기법. 다른 범죄로 검거됐을 때도 그 이전의 범죄와 연관된 것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30년 전부터 도입됐으나 한국에서는 2000년부터 도입돼 현재 30여 명의 프로파일링 전문 요원이 전국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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