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산골 중학교 ‘도내 최우수’ 일냈다

  • 입력 2006년 12월 5일 06시 37분


기온이 뚝 떨어진 4일. 경북지역 내륙 최북단인 봉화군 석포면 석포중 교정에는 따뜻한 기운이 넘쳤다.

봉화읍에서 70여 km 떨어진 이곳은 봉화군 춘양면과 함께 ‘한국의 시베리아’로 불릴 정도로 추운 곳이다. 올해 들어 벌써 열 번이나 눈이 내렸다. 석포면에서 유일한 중학교인 석포중에는 날씨가 차가울수록 ‘온기(溫氣)’가 뿜어져 나온다. 학생 48명과 교직원 13명이 부대끼면서 만들어 내는 온기다.

이 학교는 최근 전국 1만여 개 초중고교가 응모한 ‘2006년 전국 100대 교육과정’ 공모에서 ‘지구 최남단 열목어 지킴이’를 응모해 우수학교로 뽑혔다.

수업이 없는 토요일이면 교사와 학생들은 열목어가 사는 학교 옆 백천계곡(천연기념물 74호)을 조사하곤 한다. 학생들은 깨끗한 계곡에 사는 열목어에 관한 한 전문가 수준.

올해 10월에는 학생과학탐구올림픽 과학동아리전국발표대회에서 은상을 받기도 했다. 경북도교육청은 지난달 29일 도내 과학교육평가에서 이 학교를 최우수학교로 선정했다.

석포중이 이런 성과를 낸 데에는 교사와 학생들이 가족처럼 지내는 분위기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 교사들은 모두 학교 안의 사택에서 생활한다. 워낙 두메산골이어서 출퇴근하기가 어렵기 때문.

덕분에 학생들은 학교에서 밤낮으로 교사들과 부대끼며 공부하고 자연탐사를 한다. 10월 중순에는 교사와 학생들이 학교 주변 태백산에 오르며 사제의 정을 나누기도 했다.

내년 2월 졸업하는 학생회장 김재현(15·3년) 군은 “3년 동안 선생님들에게서 받은 사랑은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많았다”며 “늘 고마운 마음으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교생은 39명이었지만 올해는 9명이 더 늘어났다. ‘교직원이 힘을 모아 학생을 자식처럼 교육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도시 학교로 빠져나가는 학생이 줄어든 게 원인이다.

권정관(56) 교장은 “야간에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학생을 위해 선생님들이 간식용 빵을 사기 위해 40여 km를 오가기도 한다”며 “학생 수는 적지만 따뜻하고 알찬 교육을 하려는 게 선생님들의 마음”이라고 밝혔다.

2200여 명의 석포면민들은 올여름 면사무소 옆에 30평 규모의 ‘열린공부방’을 마련했다.

박태룡(49) 석포면장은 “석포 출신으로 유명한 인물이 거의 없다”며 “올 겨울방학부터 공부방에는 학생들이 공부하면서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 찰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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