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즈/“책-신문 뒤져가며 법률용어 익혔죠”

  • 입력 2006년 12월 5일 06시 54분


“상금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생활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하면 어떨까?”

1일 오후 2시 인천 연수구 동춘동 921 연수여고 1층 회의실.

지난달 23일 법무부가 경기 과천시민회관에서 개최한 제1회 전국 고교생 모의재판 경연대회에 참가한 2학년생 15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학교의 생리공결제(생리할 때 교사에게 보고한 뒤 결석이나 조퇴하더라도 수업한 것으로 인정받는 제도) 운영 및 절차에 관한 건’을 주제로 모의재판을 벌여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날의 논의 주제는 ‘부상으로 받은 300만 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지만 결론을 내기까지 시간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불우이웃을 돕자는 제안에 이하영 하우정 권희진 최윤영 이나현 김지연 이소정 임다솜 김선혜 김현아 전혜수 정수아 김성희 육근정 김민선 양은 모두 “좋은 생각”이라며 환한 얼굴로 흔쾌히 동의했다.

이들 여고생이 모의재판을 준비한 것은 7월부터.

민주사회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시민을 길러 내기 위해 법무부가 경연대회를 공고하자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안미선(41) 교사가 학생들에게 알렸다.

경연대회 본선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모의재판 시나리오인 대본 심사를 거쳐야 했다.

이들은 도서관의 책과 신문 등을 뒤져 가며 법률용어와 재판 절차에 대해 공부한 뒤 머리를 맞대고 시나리오를 짜기 시작했다.

결국 시나리오는 심사를 가볍게 통과했고 10월 본선 경연대회 참가 통보를 받았다.

이때부터 재판 연습이 시작됐다.

재판의 줄거리는 담임교사에게 생리통에 따른 조퇴를 신청했으나 독서평가를 마친 뒤 집에 가라는 설득을 무시한 채 무단 조퇴한 피고인 ‘나아파’ 양의 행위가 옳았느냐를 가리는 것.

우선 이들은 검사와 판사와 변호사 증인 피고인 등으로 배역을 나눠 맡은 뒤 연습에 들어갔다.

안 교사가 연습을 도왔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연극무대에 선 경험이 없어 연기 지도가 필요했다.

김사영(59) 교장이 인천시립극단에 부탁해 극단 소속 연극배우가 학교에 매일 찾아와 방과 후 2시간씩 연기를 가르쳤다.

학생들은 한 교회 목사에게 부탁해 성가대원들이 입는 검은색 옷을 법복으로 이용하는 등 소품도 직접 챙겼다.

대본 작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하영(17) 양은 “잠시 교과서를 덮어 두고 대회에 참가한 결과 학창시절의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며 “상금으로 불우이웃을 도울 구체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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