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이상돈]AI예방, 철새 이동경로 주시해야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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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 이어 올해도 조류인플루엔자(AI)가 한국 서해안을 중심으로 찾아왔다. AI는 전염 속도로 보아 21세기 최악의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AI의 발생은 서해안 갯벌의 감소와 관련이 있으며 겨울철에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서해안의 경우 충남지역 갯벌이 1987년 304.2km²에서 2000년 105.5km²로 줄었다. 갯벌 대신 생긴 아산만, 삽교호, 서산간척지는 야생오리의 겨울철 서식지가 됐고, 수백만 마리로 불어난 야생오리는 내륙으로 이동한다. 질병에 감염된 철새가 내륙의 닭과 오리 등 가금류에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게 일반적인 가설이다.

선진국은 야생오리가 AI의 유력한 발생원임을 확신하고 철새의 이동경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는 중이다. 미국 지리청 산하 생물자원정보국이 중심이 돼서 국제적으로 이동하는 조류를 관리하고 질병을 모니터링한다.

생물자원정보국은 겨울철 오리 4종이 여름철 번식지인 몽골 및 중국 서북부 지역으로부터 이동하는 경로를 추적한 뒤 일부가 한반도에 도착하는 사실을 최근 밝혀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이동경로를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흥미로운 점은 큰고니가 10월경 몽골 및 중국 서부를 떠나 서해안에 11월 18, 19일에 대거 이동했다는 사실이다. 전북 익산의 AI 발생시기와 거의 비슷하다. 개리는 몽골 및 중국 내륙지방에서 출발해 11월 19일 북한의 신의주 부근까지 이동했다.

미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멕시코 등 철새이동과 연관이 많은 5개 국가는 1994년 국제철새이동경로에 관한 협약을 만들었다. 11월에는 일본에서 협약 가입국의 학자가 모임을 갖고 AI 및 겨울철 철새이동 경로에 대한 국제공동연구 진행상황을 검토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협약에 따라 일본은 홋카이도 1곳, 혼슈 지역 1곳, 규슈 지역 1곳에 있는 70여 마리의 청둥오리 및 고방오리에 GPS 장치를 부착해 이동경로를 알아보는 중이다. 필자도 철새이동에 관심을 갖고 회의에 참석하려 했지만 미가입국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일본에서 GPS 장치를 부착한 조류의 상당수가 한반도를 거쳐 중국 내륙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2003년에는 H5N1 타입의 AI가 중국에서 시작한 뒤 한국에 이어 일본 야마구치 현에서 발생해 철새에 의한 감염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동 철새에게는 국경이 없다(Migratory birds know no boundary). AI의 발생원인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지만, 겨울철 철새에 의한 감염이라는 데 많은 무게가 실리고 있다. AI가 겨울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AI의 피해가 많은 한국이 이런 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AI의 감염경로 파악에 소극적인 인상을 준다.

겨울철 조류의 이동경로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감안하면 국제철새이동경로에 대한 조약에 서둘러 가입해서 정보를 교환해야 한다. 한국에 오는 철새에 GPS 장치를 부착하고 역학조사를 실시해 철새가 실제 서해안에서 내륙으로 어떻게 이동하는지 파악하는 한편 이런 연구를 통해 AI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현 일본 도쿄대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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