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영장기각’ 풍자극으로…대검 직원들 28일 공연 계획

  • 입력 2006년 12월 7일 02시 59분


최근 대형 사건에 대한 영장이 잇달아 기각돼 법원과 갈등을 빚었던 검찰이 이런 상황을 빗댄 풍자연극을 공연하기로 했다.

특히 이 풍자극의 내용이 법원을 은근히 비꼬는 것이어서 약간의 파장이 예상되지만 정작 법원은 의도적으로 이를 무시하는 반응을 보였다.

연극 제목은 ‘백설공주 살인미수 사건’.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대강당 무대에 오른다.

검찰이 밝힌 줄거리는 ‘거대 권력’인 왕비가 백설공주의 아름다움을 시기해 저지르는 살인미수와 어려운 수사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한발 한발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는 검사의 수사 성공담.

이 연극에는 잘 알려진 동화 원전과 달리 왕비의 살인 혐의를 수사하는 검사와 왕비의 구속영장을 심사하는 판사가 등장한다.

대검 직원들이 왕비와 백설공주, 난쟁이 역할을 맡고 직원들의 자녀가 여섯 난쟁이로 출연한다. 대본은 검찰 취재를 계기로 인연을 맺은 전문 방송작가가 썼다.

왕비는 백설공주가 입은 코르셋을 조여 공주를 질식사시키려다 실패하고 ‘전문 킬러’인 사냥꾼을 보내 ‘살인’을 ‘교사’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한다.

백설공주는 ‘독 바른 머리빗’도 피해 가지만 결국 왕비가 건넨 ‘독사과’를 먹고 쓰러진다.

검사는 평소 백설공주의 미모를 시기했던 왕비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체포영장을 청구한다. 그러나 판사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고 참고인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다.

검사는 다시 사인 규명을 위해 압수수색(부검) 영장을 청구하지만 판사는 “아름다운 백설공주의 시신을 훼손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한다.

우여곡절 끝에 백설공주가 독사과를 토해내 되살아나면서 검사의 주장이 옳았던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다. 검사의 노력으로 법정에 선 왕비는 살인미수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평생 못생긴 여자로 사는 형벌’을 받는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왕비와 거울의 대사. 왕비가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하고 묻자 거울은 “너 빼고 다 예뻐”라고 답한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직원들을 독려하고 행사에 함께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연극에 출연해 달라”는 검찰 내부 의견을 받아들여 검찰 담당 기자 역할을 맡아 카메오(유명인의 깜짝 출연)를 하기로 했다. 정 총장에게는 검찰에 소환되는 왕비에게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라고 묻는 대사 한마디가 주어졌다.

검찰 수사의 전 과정은 개그 프로그램의 한 꼭지인 ‘형님뉴스’를 빗대 왕국에 보도된다.

강찬우 대검찰청 홍보담당관은 “나도 방송 출연에 관심을 갖는 검찰 관계자로 출연하게 됐다”며 “연극은 거대 권력에 맞선 검사의 수사담을 코믹하게 각색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측 “즐거운 시간 갖길”

검찰이 이런 내용의 연극을 공연한다는 소식에 한 법원 관계자는 “검찰 가족들이 연극 공연과 관람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한 해를 알차게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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