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확보한 가장 중요한 수사 자료는 시행사 임원이 작성한 일기장 형태의 ‘로비수첩’이다. 이 로비수첩에는 관련기관 공무원과 국회의원 등의 이름, 구체적인 로비 액수 등이 적혀 있어 이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로비스트 일기장 확보=검찰은 주상복합아파트의 시행사 임원 김모 씨를 6일 체포한 데 이어 최근 김 씨가 작성한 2005년도 로비수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기장 형태로 된 로비수첩에는 날짜별로 로비자금을 건넨 대상자와 액수 등은 물론 금품 전달자의 이름이 암호 형태로 적혀 있다고 한다.
이 수첩에는 ‘금융기관 관계자에게 ○○억 원, 관련기관 공무원에게 ○○억 원, 국회의원들에게 ○○억 원, 법조계 인사들에게 ○○억 원’ 등 구체적인 로비액수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씨가 2005년뿐만 아니라 올해도 유사한 내용을 기록했으며, 김 씨가 금품을 건넨 대상자와 나눈 대화내용을 담은 녹취록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추가 로비수첩과 녹취록 등을 입수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시행사 임원 등이 주상복합아파트 인·허가 통과를 위해 관련기관 등에 대규모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최근 시행사의 대표 등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영장을 발부받았다.
로비수첩의 내용을 보면 시행사 측은 정치인, 공무원, 법조인 등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같은 전방위 로비는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에는 용적률 상향 조정, 도시계획심의, 고도제한 해제, 환경영향평가 통과 등 복잡한 인·허가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초고층인 데다 워낙 대규모 사업인 까닭에 용적률을 50%만 높여도 1000억 원대의 분양수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어 거액의 로비 의혹 가능성을 내비친다.
▽전방위 로비의혹=탄현역 인근에 59층짜리 7개 동 규모의 대규모 주상복합을 짓는다는 데 대해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엄청난 특혜가 있지 않고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주상복합은 상업용지나 준주거지역 등 지을 수 있는 땅이 제한돼 있고, 대규모로 지을 때는 지구단위계획과 건축허가, 환경영향평가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59층짜리 7개 동 정도의 대규모라면 지구단위계획을 거치면서 고양시 차원이 아니라 경기도의 까다로운 승인도 받아야 한다.
59층 정도의 초고층을 지으려면 1개 건물의 바닥 면적이 최소 200평 정도는 돼야 한다.
바닥면적 200평에 59층을 짓는다면 1개 건물의 연면적(바닥면적과 층수로 곱한 면적)은 1만1800평. 이 같은 건물을 7개 동이나 짓는다면 전체 연면적은 8만2600여 평에 이른다.
사업지가 탄현역과 SBS탄현제작센터 사이의 요지인 점을 감안해 평당 분양가를 1500만 원으로만 잡아도 이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총액은 1조2000억 원을 넘는다.
아파트 외에 근린상업시설까지 짓게 되면 분양 총액은 최대 1조9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과거 편법 분양으로 물의를 빚은 분당 파크뷰보다 큰 규모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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