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도 인권있어요"

  • 입력 2006년 12월 7일 17시 08분


'예쁜 동남아 신부, 마음만 먹으면 가능', '베트남 결혼 환영, 초혼 재혼 장애인 가능, 100% 후불제'

요즘 농촌의 도로나 마을 어귀 등에는 국제결혼 알선업체들이 내건 이런 내용의 현수막이 즐비하다. 마치 동남아 여성을 사고파는 물건 정도로 취급하는 듯하다.

수치심을 참다못한 충남 홍성군내 이주여성과 홍성YMCA 회원 30여 명이 7일 정오 홍성읍에서 홍북면 등 3개 면에서 수거한 문제의 현수막 9개를 낫과 가위로 찢어 폐기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가난한 나라에서 시집왔다는 이유만으로 '돈에 팔려온 여자'로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반인권적"이라고 주장했다.

1997년 결혼 이주해 3명의 자녀를 뒀다는 필리핀 출신 애드나린 비브라자(42) 씨는 "자녀들 보기가 너무 창피했다"고 말했다.

홍성YMCA 한지연 간사는 "얼마 전 이주여성들이 가족과 주민 대하기가 민망하고 수치스러워 동네의 현수막을 수거해 불태웠다면서 도움을 호소해 이런 행사를 가졌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홍성군에는 이주여성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위해 현수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홍성=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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