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여 동안 이어져 온 사행성 게임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바다이야기’ 등 게임기 제조·판매와 오락실 운영, 경품용 상품권 발행 등 양 갈래로 수사를 진행해 온 검찰은 막판 ‘대어(大魚)’를 낚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내에서는 상품권 발행업체인 ㈜삼미와 연관이 있는 열린우리당 중진 A 의원을 소환조사하는 것이 이번 수사의 최대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A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운 중량급 인사라는 점에서다.
삼미의 대주주인 삼미건설의 박원양 회장은 2002년 대선 때 노 대통령 측 인사에게 불법 대선자금을 건넨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고, 올해에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함께 ‘3·1절 골프’에 참석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는 당초 사행성 게임기 제조·판매업체와 오락실 쪽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가 8월 중순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비화됐다. 노 대통령의 조카 노지원 씨가 바다이야기 제조업체가 인수한 우전시스텍에서 이사로 근무한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그러나 4개월 가까운 검찰 수사에서 이번 사건은 권력형 비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사실상 결론이 난 분위기다.
검찰은 김민석(41)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회장을 구속하면서 영상물등급위원회와 정치권을 상대로 한 로비 의혹이 밝혀지기를 기대했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검찰 수사의 한계를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만 게임기의 불법성 규명과 영등위 심의 난맥상, 폭력조직 등의 오락실 운영 개입 부분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특별수사팀은 35명을 구속했다. 공무원 2명, 국회의원 전직 보좌관 2명, 조직폭력배 4명, 브로커 7명, 게임기 업체 및 상품권 발행업체 관계자 20명 등이다.
하지만 당초 관심사였던 정치권이나 여권 실세는 한 명도 없다. 감사원이 수사의뢰한 문화관광부 전직 장차관 등은 소환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구속자 중에선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 청탁과 함께 2억 원을 받은 박모(49) 씨 정도가 주목을 끌었다. 박 씨는 ‘긴급조치 9호’ 시절인 1977년 10월 반유신 학생시위였던 이른바 ‘연세대 구국선언 사건’을 주도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상품권 제도와 인·지정제 도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환(47) 안다미로 대표를 구속하면서 막판 성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최근에는 게임정책을 관장했던 곽모 전 문화산업국장과 김모 전 게임음반산업과장 등 문화부 공무원 4명이 김 씨의 회사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전액 보전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과 문화부 장관을 지낸 열린우리당 정동채 의원의 전직 보좌관 2명을 상대로 정치권 연루 부분을 수사 중이지만 여의치 않은 표정이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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