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블로거들의 남아공 돕기

  • 입력 2006년 12월 10일 16시 37분


"보잘 것 없지만 제게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물건을 생명을 위해 내놓았습니다. 여러분이 사주신 물건을 볼 때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이들을 생각해주세요."

'남아공 에이즈 고아 돕기 자선모임'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옥에서 열렸다. 이날 바자회는 주최 단체도 후원 기업도 없이 블로거들만의 힘으로 이뤄낸 행사다.

남아공에 사는 한국인 블로거 심샛별(35) 씨가 10월 중순 자신의 블로그에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로 부모를 잃은 남아공 고아들을 돕자고 올린 제안이 블로거들에게서 반향을 얻은 것이다.

이날 자선모임에는 60여 명의 블로거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손수 만든 친환경 수세미와 앞치마, 퀼트 가방, 직접 찍은 사진, 영상뉴스가 담겨 있는 캠코더 등이 경매와 일반판매 형식으로 팔렸다.

참가자들은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자신이 내놓은 물건의 사연을 소개했다. 기증된 물건들은 적게는 수천 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에 낙찰됐다.

김효은(25) 씨는 지난해 세계 곳곳을 배낭여행하며 모은 커피 필터와 차를 내놓았다.

"구호단체를 통해 후원하는 아프리카 어린이가 감사편지를 꾸준히 보내와요.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그들에겐 큰 행복이 될 수 있는 거죠. 우리 스스로 이런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습니다."

그는 특히 "블로거들이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준비 과정에서 허드렛일을 떠맡는 등 강한 책임감을 보여 놀랐다"고 말했다.

친환경 수세미를 100개나 만들어 내놓은 신숙영(44) 씨는 아들과 딸을 데리고 왔다. 그는 "아이들에게 제안이 담긴 블로그를 보여줬더니 재료값은 자기들이 내겠다며 적극 도왔다"고 말했다.

수플레치즈케이크를 내놓은 곽인아(27) 씨는 "누구나 나눔을 실천하고 싶지만 용기가 없는 것일 뿐"이라며 "오늘 자선모임은 평범한 사람들의 블로그가 그 용기를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최초 제안자인 심 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제안자는 저지만 사실 한 일이 없어요. 톱니바퀴처럼 블로거들의 노력이 맞물려 이뤄진 것이죠. 이번 경험을 제 블로그에 소개해 다른 블로거들이 이런 나눔의 자리를 더 쉽게 만들게 돕겠습니다."

이날 모인 수익금 200여만 원은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에이즈 고아들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텃밭을 만드는 데 쓰인다.

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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