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강신욱]법학전문대학원이 성공하려면

  • 입력 2006년 12월 11일 02시 52분


사법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 제도에 대해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재야 법조계는 변호사의 양산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며 소극적인 반면, 학계나 국민은 이를 직역 이기주의라고 비난하면서 제도 도입에 적극적이다.

현행 사법시험 제도는 수험생으로 하여금 사법시험 합격 기술에만 치중케 함으로써 대학 교육의 파행을 불러왔다. 또 합격자들은 21세기 다양한 사회 현상에 대한 법 적용 능력이나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없게 됐다.

단 한 번의 시험 합격으로 평생이 보장된다는 그릇된 인식이 확산돼 이른바 고시낭인(考試浪人)의 누적이라는 국가적인 인력 낭비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다양한 학부 전공 지식을 갖춘 학생을 학사 성적과 적성 시험을 통해 뽑아 법학 교육을 실시하기 때문에 사법시험 제도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우수 인력 쏠림 현상 대책을

하지만 법조인 양성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는 제도로서 한국 사법 질서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몇 가지 점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첫째, 우수한 인재가 변호사 자격을 얻기 위해 대거 법학전문대학원에 몰려들 현상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사법시험 합격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변호사도 많이 배출돼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변호사가 증가하면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 국민이 종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실은 꼭 그렇진 않았다.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이 낮아진 면은 있으나 명망 있는 일부 변호사의 수임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반면, 그 외의 많은 변호사는 사무실을 유지하기 어려워 사건 브로커의 유혹에 시달릴 정도다. 사건 브로커는 승산 없는 소송을 부추기고 자기 몫을 챙겨 국민의 법률 서비스 비용 부담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사법 질서를 혼탁하게 만들어 사법에 대한 불신을 더욱 증폭시켰다.

변호사가 넘쳐 나면 시장의 원리에 따라 경쟁력이 없는 변호사가 업계에서 도태되겠지만 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해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가 그대로 사장되는 일은 또 다른 의미에서 국가적 인력의 낭비다.

따라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변호사의 증가는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겠으나, 그 수효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장래성이 없는 변호사 개업에 집착하기보다는 법조계 이외의 영역, 즉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학계나 기업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 주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법학전문대학원 역시 수료자로 하여금 법조계 이외의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다양화하고, 내용을 충실하게 해야 한다.

둘째, 법학전문대학원이 ‘글로벌 시대에 통용되는 법률가’ 양성의 교육기관이 될 수 있도록 인가 요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

가난한 학생 장학금 지원 필요

법률가가 글로벌 시대에 통용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법률 지식은 물론 풍부한 인간성, 사회와 인간에 대한 통찰력, 유연한 사고력, 상대방에 대한 설득과 교섭 능력 및 국제적 시야와 외국어 능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교수진과 교육 과정의 인가 요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

셋째,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영미법하에서 발달한 친자본주의적 제도로서, 그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들어간다. 우수한 학생이 경제적인 이유로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할 수 없다면 이 제도는 출발부터 실패다. 일정한 기준 이상의 장학제도 확립을 인가 요건으로 할 필요가 있다.

강신욱 전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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