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기에 세 가지 사안은 별다른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교육에서도 선택권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 학생 조합원의 자기결정권 확대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교조는 반발하고 있다. 두 단체의 논리는 똑같다. 별도로 구성되어 있는 시도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의 상임위원회로 통합하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 자주성을 말살하고 정치에 교육을 예속시킨다는 것이다. 그렇게 주장할 근거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두 단체의 성명서에는 학교운영위가 간접 선거로 뽑아 온 시도교육감과 교육위원을 시도지사나 지방의원처럼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주민들이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제 손으로 뽑아 교육 현안을 맡기는 것은 매우 큰 변화다.
주민 선택권이 늘어나는 것은 무시하고, 시도교육위원회의 시도의회 통합만 문제 삼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 더 쉬운 방법으로 교육위원이 되는 길이 봉쇄되고, 배타적인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돼 반발한다고 의심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개정된 지방교육자치법의 골간은 제주도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2월에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 따라 제주도는 이미 제주도교육위원회를 제주도의회에 통합했고, 교육의원 5명도 주민직선으로 선출했다. 2년 후에는 교육감도 주민이 직접 뽑는다. 그 과정에서 극렬한 반대가 있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새 제도는 2010년부터 시작된다. 앞서 시작한 제주도의 시행과정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쪽으로 노력하는 것이 옳다.
서울시교육청의 고교선택권 확대는 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하다. 고교의 서열화가 우려된다지만, 문제는 서열화가 아니라 특정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기득권 고교가 문제다.
고교지원제가 확대되면 학교는 더 많은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선택권 확대로 고교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비록 일부지만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는 시스템이 도입되면 학생 학부모 고교 모두에게 평준화의 매너리즘을 깰 수 있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13대 전교조 위원장 선거가 결선투표로 넘어간 것은 10대 선거 이후 두 번째다. 처음은 아니지만 흔한 일도 아니다. 그만큼 조합원들이 고민을 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바람에 휩쓸려 위원장을 뽑기보다 한 번 더 숙고해서 선택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결선투표의 의미는 작지 않다.
요즘 안티전교조의 외풍이 거세다. 몇 년 전만 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전교조가 도전받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이 아니라 조직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전교조가 어떤 선택을 하든, 당선자는 전교조의 노선변화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누가 위원장이 되느냐가 아니라, 전교조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갖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교육 구석구석으로 선택권 확대돼야
교육문제에 대해 자기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것이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를 가로막으려는 어떤 시도도 결국은 실패하게 될 것이다.
가장 상징적인 것이 대학입시 문제다. 대학에도 이제 선택권을 줘야 한다. 대학의 선택권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대학 측에서 보면 독자적인 방법으로 원하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고, 수험생 측에서는 각 대학의 선발 방법에 맞춰 원하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 너무나 오랫동안 묵살당하고 있다. 그 와중에 죽어나는 것은 수험생, 그리고 교육 그 자체다.
심규선 부국장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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