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유 로비자금 총선 유입 의혹

  • 입력 2006년 12월 11일 02시 57분


제이유그룹의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다른 사람 명의로 만든 예금계좌에 돈을 입금해 통장과 현금인출카드를 통째로 건네거나, 전산조작으로 하위사업자 라인을 변경해 수당을 많이 지급하게 하는 방법 등 다양한 유형의 로비 흔적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진모)는 10일 주수도(50·구속) 제이유그룹 회장의 것으로 추정되는 차명계좌에서 2004년 서울 여의도 일대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뭉칫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하고 정치권 유입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17대 총선 전후해 뭉칫돈 빠져나가=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주 씨의 여비서였던 김모(42) 씨 명의 통장 4개 중 1개에서 2004년 2, 3개월에 걸쳐 8000만∼9000만 원이 여의도와 영등포 소재 은행지점의 ATM을 통해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17대 총선이 있었던 2004년 ‘차명통장’의 잔액이 빌 때까지 돈이 집중적으로 빠져나간 점으로 미뤄 볼 때 유력 정치인이 통장을 건네받아 돈을 인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주 씨가 여비서였던 김 씨 외에 다른 사람 명의의 20∼30개 차명계좌에 비자금을 분산 예치한 뒤 정치권 인사에게 건넸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을 상대로 계좌 개설 경위, 출금 여부 등을 캐고 있다.

검찰은 주 씨가 다수의 정치인에게 로비를 벌이기보다는 소수의 유력 정치인에게 거액을 제공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관련자들을 상대로 로비 대상자가 누구였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다양한 로비수법 동원=현재까지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제이유그룹의 로비 수법은 4가지다.

‘통장 로비’는 차명 통장을 로비 대상자에게 현금카드와 함께 전달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신종 수법. 거액의 현금을 직접 건네는 것보다 간편한 수표로 건네거나 계좌로 송금하는 것과 달리 전혀 흔적이 남지 않는다.

구속된 정승호(43) 총경은 제이유 계열사 한성에코넷이 신약 개발 사업에 진출하려 한다는 내부정보를 공시 전에 미리 알고 주식을 사서 11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검찰은 정 씨 외에 사전에 내부 정보를 제공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금전적 이익을 챙긴 정관계 인사가 있는지 조사 중이다.

유력 인사의 가족 등에게 수당을 실제보다 많이 지급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재순(48) 대통령사정비서관의 가족 6명이 제이유 사업자로 활동하면서 13억8000만 원을 투자하고 11억8000만 원의 수당을 받은 것에 대해 일부 피해자는 “보통 사업자들은 투자액의 30%도 건지지 못했는데 이 비서관 가족은 80% 이상 돌려받았다”고 주장한다.

제이유 측이 상위사업자들에게 단기대여금 형식으로 돈을 준 것도 비자금 조성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말 현재 상환되지 않은 제이유네트워크의 단기대여금 168억여 원 가운데 71억 원은 주 씨가 가져갔고, 1억 원 이상을 챙긴 31명 중 대부분이 주 씨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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