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보통과정의 대안학교인 ‘산마을고등학교’(인천 강화군 양도면 삼흥리·www.sanmaeul.org)에서는 두메산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전교생이 잠자고 먹는 생활동과 식당, 교실, 교무실이 흙벽돌, 억새지붕 등 전통양식으로 지어져 있다.
교사와 학생이 학교 옆 다랑논에서 유기농법으로 채소, 곡류를 키워 식당에 공급하며, 지열과 태양열을 이용한 에너지가 각 건물에 흐르고 있다.
○대안학교다운 이색 교육
졸업을 앞둔 고교 3년생 10명은 각자 특성을 살려 졸업논문을 발표했다.
부모가 농민인 한 학생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 참석한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논문에서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해 협상이 진행될 수밖에 없지만 국내 농업이 더 어려워지는 현실을 절감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상거래,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논문을 쓴 학생도 있었다.
졸업 예정자 중 군 입대를 결정한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학에 합격한 상태.
이들의 3년 교육 과정은 일반 학교와 사뭇 다르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기상과 동시에 산보, 독서, 명상을 한 뒤 원목 바닥의 식당에서 즐겁게 아침식사를 한다.
각자 식기를 닦은 뒤 교실로 가 낮 12시까지 오전 정규수업에 참여한다. 점심 식사 이후 음악, 미술, 요리, 농업 등 각자 원하는 특성화 과목을 듣는다.
매주 목요일엔 수업을 마친 오후 4시에 교사와 학생 전원이 땔감 구하기 등의 ‘울력’에 참가한다.
오후 7∼9시엔 시사토론, 잉글리시 카페, 수채화, 애니메이션 등 개성을 키우는 야학이 진행된다. 토 일요일은 자유시간이다.
내년도 신입생은 20명 모집에 68명이 지원해 3.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문제아’보다는 독서와 사색을 많이 하는 ‘개성파’ 학생이 주류였다.
○개방 프로그램
재학생이 집으로 돌아가는 방학 때를 이용해 초등생 대상의 ‘내 몸에 말 걸기’ 캠프가 진행된다.
도시 생활로 아토피 피부질환에 시달리는 초등학교 1∼6년생이 내년 1월 8∼12일 학교에 머물며 생태체험을 할 수 있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에게는 친환경 식사가 제공되며 황토방에서 잠자게 된다. 풍욕, 족욕을 즐기고 효소, 감잎 등 평소에 잘 먹지 못하는 간식도 맛볼 수 있다.
아토피 피부질환에 걸린 사람이 써도 자극이 없는 비누를 만들어 보고 썰매, 연 등 전통 장난감을 만들어 갖고 논다. 짚풀, 도자기 공예 수업도 있다.
윤영소 교장은 “작은 벌레부터 늙은 고목까지 품어 주는 ‘산마을 고등학교’의 교육환경을 일반 학생과 공유하고 싶어 올해 첫 개방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선착순 50명 모집이며 참가비는 1인당 40만 원. 032-937-9801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