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은 무죄” 집념의 11년…아버지가 진실 밝혀

  • 입력 2006년 12월 18일 03시 00분


최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김경종)로부터 아들 장모(32) 씨의 폭행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선고를 받아낸 사업가 장모(65) 씨. 장씨 부자에게 이 판결은 ‘잃어버린 11년’을 되돌려 받는 명예회복증이었다.

촉망받던 태권도선수였던 아들 장 씨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단 하룻밤의 일이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태권도 국가대표의 꿈을 키웠던 장 씨는 한국체대에 진학해 전국체전 등에서 승승장구하며 꿈을 향해 일로매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5년 4월 어느 날 밤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포장마차에서 같은 과 선후배들과 술을 마시다 말려든 패싸움은 장 씨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사소한 말다툼은 각목이 오가는 패싸움으로 번졌고 상대방 일행 중 한 명이 숨졌다.

장 씨는 당시 술에 만취해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상대방이 휘두른 각목에 맞아 머리 등에 큰 상처를 입기까지 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장 씨를 주범으로 지목했고 장 씨를 비롯한 일행 7명이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장 씨는 재판부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1심에서 징역 2년,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결국 1997년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돼 전과자가 됐다.

장 씨는 자포자기했다. 자살하려고 한강에 몸을 던졌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장 씨의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일부 피해자가 사건 발생 후 경찰 조사에서 ‘장 씨는 만취해 싸울 상황이 아니었다’고 진술했다가 검찰 조사와 재판과정에서 ‘장 씨가 (폭행사건 사망자를) 때려 넘어뜨리는 바람에 사망했다’고 진술을 번복하는 것을 석연치 않게 여겼다가 이들을 위증죄로 고발했다.

검찰 조사 결과 장 씨와 함께 기소된 대학 동기 Y 씨가 당시 사망자를 때려 넘어뜨렸고 Y 씨의 어머니가 아들을 구하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거짓 증언을 부탁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뒤늦게 거짓 증언을 한 피해자들을 위증죄로 기소했고 대법원은 1999년 이들에 대한 유죄를 확정했다.

장 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2004년 재심을 청구했고 위증을 한 피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냈다.

11년간에 걸친 아버지의 싸움은 진실을 밝혀냈고 아들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아들 장 씨는 현재 남미 한 국가의 태권도 국가대표팀 코치로 일하며 이루지 못한 꿈을 다시 이어가고 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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