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노동운동 46명 민주화운동 인정

  • 입력 2006년 12월 18일 03시 00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김영삼 정부 이후 대법원이 이적단체로 판결한 단체에서 활동한 사람들에 이어(본보 9월 2일자 A3면 참조) 불법 노동운동을 하다 처벌받은 사람들까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개인과 일부 단체의 이익을 위한 노동운동이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 정의하고 있는 민주화운동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운동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을 뜻한다.

17일 명예회복된 8312명의 민주화위 평가 자료를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실과 함께 분석한 결과 노동운동을 하다 구속되거나 해직당한 46명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노동운동을 하다 처벌받은 이들의 명예회복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파업 유도(?)”=KT(옛 한국통신) 노조 홍보국장으로 활동하던 유모(43) 씨는 1994년 7월 정부의 한국통신 민영화 움직임과 임금 억제정책에 반대해 한국통신 본사 건물에서 임직원과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청원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해임됐다.

유 씨는 2000년 “김영삼 정부의 노동 통제 및 탄압에 맞선 운동”이라며 명예회복을 신청했다.

민주화위는 지난해 2월 단순 단체행동은 민주화운동이 아니라며 기각했지만 올해 6월 재심을 통해 27명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

민주화위는 “정부가 민주노동운동을 사전에 제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파업을 유도했다”며 “노동탄압에 저항한 행위는 민주적 노사관계 정립에 기여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1995년 현대중공업, 1996년 한국합섬, 1998년 부산교통공단 파업 노동자들도 민주화위에 명예회복을 신청한 상태다.

민주화위 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일부 민주화위 위원은 김영삼 정부는 물론 김대중 정부까지 신자유주의 정권으로 노동자를 탄압한 정부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코에 걸면 코걸이’식 평가로 불법 노동운동자 모두가 민주화 인사로 둔갑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보상금 지급 대상인가 논란=민주화위는 지금까지 사망 또는 부상한 543명에게 보상금 271억여 원, 생활이 어려운 1973명에게 생활지원금 255억여 원을 지급했다.

심의 내용을 살펴본 결과 민주화운동을 하다 사망했다며 보상금을 받은 사람 중 일부는 사망 원인이 민주화운동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위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에 앞장서다 해직된 뒤 1993년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한 길모(당시 31세) 씨는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돼 2억6892만 원을 받았다. 유서가 없고 당시 경찰 보고서에 생활고 비관이 사망 원인이라고 돼 있어 민주화운동과 사망 원인의 연관성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요건 무시하며 민주공원 추진=민주화위가 국립공원 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민주공원을 추진하려다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상배 의원이 민주화위에서 제출받은 ‘민주공원 조성사업 추진 현황’에 따르면 민주화위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비서실은 2002년 4월 서울 강북구 일대 2만7500평을 민주공원 사업 용지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2만6400평은 북한산국립공원 내 개발제한구역이다. 민주화위는 묘역, 기념관, 위령봉안소 등 시설 용지로 8300평을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환경부 내 국립공원위원회는 한 달 만에 이를 의결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공원구역의 경계 또는 인접에 집단마을이 형성될 경우 폐지할 수 있다’는 자연공원법 시행령 제4조를 근거로 들었지만 추모시설인 민주공원은 ‘집단마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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