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서울대공원에 온 청애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 약물 치료도 허사였다. 손 씨는 약 대신 자신의 손길로 청애를 어루만졌다. 몸무게가 700kg이나 되는 청애의 다리를 마사지해 주며 재활치료를 한 것. 결국 2년 4개월 만인 2월 청애는 다시 일어섰다. 손 씨는 17일 “청애가 다리가 아프다며 소리를 지를 땐 나도 눈물이 났다”며 “자식 같은 동물이 다시 걷게 됐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손 씨와 청애의 이 남다른 인연은 서울대공원 직원 230명이 올해를 마감하며 선정한 10대 뉴스 중 3위에 꼽혔다. 서울시민들의 휴식 공간인 서울대공원. 이곳의 동물원에서는 올 한 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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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로 꼽힌 뉴스는 국내 최초의 돌고래와 조련사 공동 수중쇼였다. 그동안 돌고래쇼는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돌고래만 묘기를 부리는 것이었지만 7월부터는 외국에서처럼 조련사가 돌고래와 함께 다이빙을 하고 돌고래의 등지느러미를 잡고 수영하는 등 다양한 수중쇼를 선보여 가족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얻었다. 동물원 사람들이 꼽은 뉴스 2위는 ‘한국 표범 번식 성공’. 한국 표범은 1962년 경남 합천군에서 포획된 뒤 야생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올해 4월 서울대공원이 중국에서 수입한 표범으로 2마리의 새끼를 자연 번식하는 데 성공했다. 33년 만에 한국 표범의 명맥을 잇게 된 것이다.
서울대공원이 처음으로 보유 동물들의 생존기록을 조사한 결과 가장 장수한 동물은 창경원부터 서울대공원까지 옮겨 와 살고 있는 아시아 코끼리 ‘자이언트’(55세)라는 것을 확인한 것도 수확이었다.
본보 11월 1일자 A11면 참조
▶22년 전 창경원서 서울대공원 이사온 동물들 지금은…
순위 | 내용 |
1 | 국내 최초의 돌고래와 조련사 공동 수중쇼 |
2 | 한국 표범 번식 성공 |
3 | 앉은뱅이 낙타와 사육사의 아름다운 사랑 |
4 | 1984∼2006 서울대공원 동물 생존 분석 |
5 | 북한 반달가슴곰, 남한에서 첫 출산 |
6 | 토종 붉은여우 10마리 도입, 복원 본격화 |
7 | 북한 풍산개, 냉동정자로 인공수정 성공 |
8 | 천연기념물 남생이 대량 인공 증식 성공 |
9 | 경기 성남에서 붉은여우 발견 |
10 | 맹금류 콘돌, 자연부화 및 길들이기 성공 |
자료:서울대공원 |
2004년 3월 강원 양구군에서 사체가 발견된 토종 붉은여우 복원 본격화(6위), 천연기념물 453호인 남생이 70마리 인공 증식 성공(8위),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선물한 풍산개의 냉동정자를 이용한 번식 성공(7위) 등 잇따른 번식과 복원도 의미 깊은 뉴스였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4월 돌고래 수중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등 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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