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5~11일 교수신문 필진과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 교수 등 2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8.6%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에 적합한 사자성어로 밀운불우를 선택했다고 18일 밝혔다.
밀운불우는 주역 '소과괘(小過卦)'에 나오는 말로 '짙은 구름이 가득 끼었으나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이 성사될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됐지만 실제 이뤄지지 않아 답답함과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설명할 때 주로 쓰이는 사자성어다.
교수신문은 "상생 정치의 실종,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로 인해 사회 각층의 불만이 임계점에 달했다"며 "치솟는 부동산 가격,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진행돼 갈등만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미 자유뮤역협정(FTA) 협상 등 체증에 걸린 듯 순탄하게 풀리지 않는 한국의 정치와 경제가 이번 사자성어 선정의 가장 큰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밀운불우에 이어 어설픈 개혁으로 오히려 나라가 흔들렸음을 의미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소의 뿔 모양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가 22.1%, 한국사회의 모순이 해결될 전망이 보이질 않는 것을 빗댄 '만사휴의(萬事休矣·모든 일이 끝났다)가 11.1%', 개혁과정에서 미흡한 전략과 전술로 강고한 기득권층과 맞서려는 행태를 묘사한 '당랑거철(螳螂拒轍·사마귀가 앞발을 들고 수레바퀴를 가로막는다)'이 9.1%의 찬성을 얻었다.
지난해의 사자성어로는 '상화하택(上火下澤)'이 선정됐었다. 주역에 나오는 상화하택은 '위에는 불, 아래는 못'이라는 뜻으로 올라가려는 성향의 불이 위쪽에 있고, 아래로 처지는 성향의 물이 아래쪽에 있어 서로 이반하고 분열하는 현상을 나타낸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해마다 교수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여 사자성어를 선정해왔다.
한편 교수들은 '2006년 한국사회에서 안타까운 일'로 북한 핵실험(23.1%)과 부동산 정책실패(18.3%) 등을 들었다.
'2006년 한국사회에서 기쁜 일'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이 '없다'고 대답하거나 답변을 하지 않았고, 21.2%는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당선'이라고 답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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