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을 잘못 서 친구가 대부업체에 진 300만 원의 빚을 떠안은 것이다.
대부업체는 김 씨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시댁 사람들도 알 건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딸의 결혼식장에 ‘축하차’ 참석해 신랑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주부 이모(37·여) 씨도 사채업자에게 시달린 경험이 있다.
급전이 필요해 500만 원의 사채를 끌어 쓴 이 씨는 올해 초 대부업자에게 ‘형사고소 통보’라는 제목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를 받고 놀란 이 씨는 관할 경찰서에 수소문해 확인해 봤지만 경찰은 “그런 고소가 들어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성을 상대로 벌이는 사채업자들의 공갈 협박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감독원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접수된 사(私)금융 민원 767건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 제기한 민원이 361건(47%)을 차지했다.
이 중 공갈 협박, 제3자에게 채무내용 통보, 채무자의 사생활 침해 등 불법 채권추심으로 인한 민원이 전체 여성 민원의 절반 이상인 195건(54%)에 이르렀다.
반면 남성이 제기한 민원 중 불법 채권추심 관련 민원은 36%에 그쳐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공갈 협박 등 불법 채권추심에 많이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채업자들의 공갈 협박 유형을 보면 △“남편이나 시댁에 알리겠다”, “사장에게 알려 회사를 못 다니게 하겠다”는 ‘채무사실 고지 협박형’ △“경찰에 고소하겠다”, “시부모 재산을 경매하겠다”는 ‘법적 조치 운운형’ △“술집에 팔아넘기겠다”, “밤길 조심하라”는 ‘신체 위협형’ 등이 있었다.
심지어 건장한 남자 여러 명이 집과 사무실을 방문해 추심을 하거나 “평생 돈이나 빌리며 살라”며 채무자를 조롱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금감원은 덧붙였다.
금감원은 여성에 대한 공갈 협박이 많은 이유로 △사금융 이용 사실을 주변에 노출하지 않으려는 여성의 특성 △남성에 비해 신체적으로 연약하다는 점 △법률지식이 남성보다 부족하다는 인식 등을 들었다.
금감원은 이처럼 불법 사금융으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본 여성은 경찰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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