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강사의 설명이 끝나자 곳곳에서 “시작!” 구령과 함께 어린이들은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상대가 뒤집어 본 카드를 머릿속에 ‘입력’했다.
“이 모양이…앗! 틀렸다. 나 또 할래.” 한쪽에서 게임을 하던 신해성 군이 고집을 부리자 같은 반 김하은 양이 “순서가 있잖아” 하고 신 군을 제지했다. 어린이들은 알록달록 예쁜 그림카드가 신기한 듯 차례가 오면 얼른 카드를 뒤집었다.
이현희 강사는 “이 게임으로 1학년 슬기로운 생활 ‘꽃밭 구경’ 단원과 즐거운 생활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 단원을 함께 공부할 수 있다. 집중력은 물론 정해진 룰을 따르면서 사회성도 계발된다”고 설명했다.
이경옥 교수는 “유아나 초등 저학년의 경우 놀이문화는 중요한 ‘교육 키워드’가 된다”며 “윷놀이를 할 때 삼촌은 졌는데도 웃고, 할아버지는 ‘너무 심하게 이겼나’ 하고 약 올리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감정 표현을 배운다. 보드게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처럼 겨울방학을 앞두고 어린이들 사이에 보드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보드게임은 온라인게임과 달리 여러 명이 한데 모여 정해진 규칙에서 ‘작전’을 짜게 돼 인성과 지능 계발에 도움이 되는 게 특징. 미국 초등학교가 지리·역사 시간에, 컬럼비아대가 수업 교재로 보드게임을 채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경제 습관을 길러 주는 ‘금융 보드게임’, 성경 내용을 소재로 한 ‘성경 보드게임’, 시각장애인용 보드게임 등 다양한 종류의 보드게임이 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시중에 유통되는 보드게임 특징을 분석한 뒤 국어, 수학, 바른생활 등 초등 교과와 연계해 수업할 수 있도록 한 교재가 개발되면서 학교 수업교재로도 ‘진화’했다.
서울 용답초교 등 10여 개교가 겨울방학부터, 30여 개교가 내년 3월부터 ‘방과 후 교실 특기적성수업’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놀면서 공부도 할 수 있는 어린이·학부모들의 ‘염원’과 다양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찾는 학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코리아보드게임즈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1∼3월)에 1만 세트였던 국내 보드게임 판매량은 올해 1분기에 3만7000세트, 3분기(7∼9월)에는 5만 세트를 넘어섰다. 국내 유통 게임도 지난해 1월 14종에서 올해 12월 120여 종으로 늘었다.
이 회사 진동철 상무는 “보드게임이 꾸준히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특히 12월부터 2월까지는 판매량이 급증한다”고 말했다.
배수강 어린이동아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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