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공정위 스스로도 공정위 직원들이 이른바 ‘경제 검찰’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만한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고 신동아는 덧붙였다.
○“다른 정부부처보다 금품과 향응 유혹 노출 심해”
21일 발간된 신동아 내년 1월호에 따르면 공정위 기획홍보본부 성과관리팀은 올해 2월 공정위 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여 ‘공정위 신뢰성 제고 방안 회의 결과 내용 보고서’란 내부 문건을 작성했다.
설문조사 결과 ‘직무 환경에 대한 평가’ 항목에서 공정위 직원 가운데 54%는 “일반 행정부처에 비해 금품·향응에의 유혹에 비교적 많이 노출돼 있다”고 응답했다.
또 56%의 직원은 직무수행과 관련해 “공무원 청렴유지 행동강령 실천 가능성이 회의적”이라고 답했다.
‘청렴 의무 준수를 위한 직원들의 태도’에 관한 질문에서는 10% 내외의 직원들이 “OB(Old Boy·해당 정부부처 은퇴자를 일컫는 관가의 용어)로부터 청탁이나 골프 접대 등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공정위 업무와 관련 있는 회사, 법무법인 등으로 옮긴 은퇴자들의 ‘로비’가 어느 정도 일상화돼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공정위는 최근 도덕성과 관련해 잇달아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달에는 공정위 직원 7명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이다 상품권 700만 원어치와 식사 대접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또 현재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다단계회사 제이유그룹으로 일부 공정위 직원들이 옮겨간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YMCA는 최근 “다단계업체를 감독해야 할 공정위가 제이유의 영업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 왔다”며 공정위를 수사 의뢰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제 검찰’로서의 전문성 부족
공정위 보고서는 공정위 직원들이 ‘경제 검찰’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만한 전문성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공정위 업무에는 법학, 경제학의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는데 직원들은 개론적 수준의 지식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정위 소송 사건과 관련해 “법률의 최종 해석기관인 법원의 판결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법 집행의 신뢰성 및 일관성이 저해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 보고서는 지난해 말 국무조정실이 실시한 주요 정책 및 직원 만족도 조사에서 공정위가 24개 부처 중에서 19위로 최하위를 차지했다고 소개했다.
국가청렴위원회의 청렴도 순위에서도 8.78점으로 중앙부처 평균(8.84점)에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는 평가 대상 중앙부처 21개 중 16위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공정위의 지속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의 법집행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상존(常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부정적 내용만 문제 삼으면 곤란”
신동아가 공개한 내부 보고서 내용에 대해 공정위 측은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현대차그룹 조사 직원들의 금품 수수, 제이유 사건 등이 터지기 전에 만들어진 보고서라는 점을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보고서는 철저한 자기비판을 통해 공정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이 내용을 기초로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개선 노력을 기울여 온 만큼 부정적 내용만 문제 삼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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