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삶 쓰기 100자 운동’이라는 특이한 글쓰기 교육을 하기로 21일 결정했다.
학생들은 내년부터 책가방 안에 ‘삶 쓰기 100자 운동’용 공책을 한 권씩 넣고 다녀야 한다. 이 공책은 졸업할 때까지 3년 동안 쓸 수 있는 365쪽 분량의 다이어리 형식. 가령 ‘3월 1일’이라면 공책의 한 면에 2007년, 2008년, 2009년으로 칸을 나눠 쓸 수 있도록 했다.
우선 대구지역 초중고교생 45만 명 가운데 초등 4학년생과 중고교 신입생 11만 명이 이 공책을 받는다.
학생들은 이 공책에 하루 100자가량만 쓰면 된다. 거창한 이야기를 담을 필요는 없다.
그저 그날그날 자기 생활 주변의 일이나 느낌을 부담 없이 한두 문장으로 쓰면 그만이다.
①지어내지 않고 쓴다 ②솔직하게 쓴다 ③매일 100자 이상 꼭 쓴다 ④단지 쓰기만 한다 등 4가지 원칙도 정했다. 꾸미거나 지식을 자랑하는 글짓기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짧은 글이라는 의미에다 교사가 공책 검사를 하는 타율적인 분위기를 없애는 게 목적이다.
주제가 ‘삶 쓰기’인 것도 어려운 주제보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가꾸라는 취지에서다.
‘삶 쓰기 100자 운동’은 대구시교육청 장학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마련했다.
최근 논술 바람이 초등학생 사이에도 불어 닥치면서 학생뿐 아니라 가족까지 ‘글쓰기’에 공포를 느끼는 분위기를 바로잡아 보자는 데서 시작한 것.
대구시교육청 교육정책과 한원경 장학사는 “논술만 강조하다 보니 학생들이 쓴 글에 자신의 생활은 사라지고 책에서 베낀 추상적인 생각만 잔뜩 늘어놓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논술은 글쓰기의 일부분인데도 마치 글쓰기의 전부인 것처럼 여기는 풍토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이 운동이 비록 한두 문장에 불과하지만 습관을 들이면 글 쓰는 힘이 무럭무럭 자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장학사는 “논술을 따로 과외를 받아야 하고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와 청소년들이 이 운동을 통해 글쓰기의 진정한 재미를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대구에서
이권효 사회부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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