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원군 낭성면 추정리에서 3대째 토종벌꿀을 만들고 있는 김대립(32) 씨.
김 씨는 충북도가 올해 처음 제정한 ‘충북 바이오 농업 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20일 충북지사로부터 상장과 30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갓 서른이 넘은 나이지만 김 씨는 양봉 경력 20년이 넘는 ‘토종벌 박사’.
9세 때부터 아버지 어깨너머로 토종양봉 기술을 익힌 그는 토종벌꿀 및 토종벌통을 이용한 침입 벌(양벌, 땅벌) 퇴치법, 토종벌 인공 분봉(分蜂), 우수 여왕벌을 조기에 만드는 법, 무지개꿀 수확방법 등 6건의 특허와 실용신안을 갖고 있다.
고교 재학시절 학교 건물 옥상에 벌통을 가져다 놓고 연구를 할 정도로 토종벌 연구에 열심이었던 그는 대학 전공(전자공학과)을 살려 인공 분봉법을 개발해 2003년 농림부에 의해 21세기를 이끌어 갈 농업분야 최연소 신지식인에 선정됐다.
인공 분봉법은 겨울철 벌통 내부의 온도를 자동 조절하는 전기장치를 통해 분봉 시기를 한 달 이상 앞당긴 것.
보통 벌은 5, 6월에 자연 분봉을 하는데 이때는 꽃에 꿀이 가장 많은 시기. 그러나 벌이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활동이 부진하다 보니 꿀 채취량이 떨어진다. 김 씨는 이 점에 착안해 벌이 5, 6월에 최적의 활동력을 갖도록 분봉 시기를 앞당겼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꿀 채취법을 개발해 ‘무지개꿀’이라는 이름을 붙여 서울의 유명 백화점에 일반 꿀의 두세 배 가격으로 납품하고 있다.
기존 토종꿀의 경우 가로로 꿀을 뜨는 탓에 진달래 아카시아, 밤꽃, 들국화 등 계절별 꽃에서 채취한 꿀의 층 무늬를 볼 수 없고 다양한 맛도 느끼기 어렵다.
김 씨는 층층이 쌓아 쪄 내는 전통 시루떡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벌통을 제작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무지개꿀에는 꿀 층 무늬가 있고 다양한 향이 그대로 살아 있다.
김 씨는 이 같은 다양한 토종벌꿀 기술을 인터넷 홈페이지(www.ctcg.co.kr)와 현장 교육을 통해 지금까지 4000여 농가에 무료로 보급했다.
김 씨는 “국내 양봉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토종벌꿀 생산 농가들이 늘어야 한다”며 “앞으로 주변 농가와 힘을 합쳐 대규모 밀원(蜜源)을 만든 뒤 꿀 채취는 물론 다양한 볼거리로 관광객까지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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