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사이버시민모니터’로 활동하며 올 한 해 지하철 운영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찾아내 시정을 건의한 김시훈(36·교사) 씨가 대구지하철공사에 의해 최우수 모니터로 뽑혔다.
그는 21일 “별로 한 일이 없는데 상을 받게 돼 부끄럽다”며 “내년에도 모니터 활동을 계속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방화참사에 충격을 받아 지하철 안전운행에 관심을 갖고 시민모니터에 지원했다는 그는 올해 총 29건을 건의해 10건이 반영되는 성과를 거뒀다.
대구 심인고 국어교사로 재직 중인 그는 특히 지하철 안내방송의 오류와 역사 안내표지판 등의 잘못된 문구를 지적해 바로잡았다.
“지하철 1호선 역사 승강장에 붙어 있는 알림판에 ‘역사 시설물을 임의로 훼손하면 손해배상과 처벌을 받게 된다’고 적혀 있었어요. 이 문구대로라면 시설을 훼손했는데도 배상을 받게 된다는 엉뚱한 의미가 돼 바로잡을 것을 건의했습니다.”
또 그는 “‘장난으로 비상문을 열면 위험하니 삼가 바랍니다’라는 전동차 안내방송을 듣고 맞춤법상의 오류를 지적해 ‘정중히 바랍니다’라는 뜻이 되는 ‘삼가 바랍니다’를 ‘삼가시기 바랍니다’로 고칠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 밖에 지하철 승강장 내 방독면과 독서대 비치, 출입구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안내표지판 설치 등을 건의해 신속한 후속조치를 이끌어 냈다.
또 승강장에 취객의 실족사고나 자살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문(스크린도어) 설치를 건의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반영되지 못했다.
안전문은 현재 서울지하철 일부 구간에 설치돼 있으며 대구지하철은 2호선 다사역과 대실역 2곳에만 설치돼 있다.
그는 “대구지하철 시설은 비교적 수준급이지만 시민의식은 다소 미흡하다”며 “이용자들이 좌석을 양보해 주는 분에게 무뚝뚝하게 대하거나 승하차 때의 무질서한 모습 등은 고쳐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지하철공사는 올해 사이버시민모니터가 제출한 307건의 건의사항 중 31건을 반영했으며 나머지는 업무에 참고하거나 반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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