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두뇌가 돌아오지 않는 나라

  • 입력 2006년 12월 24일 23시 28분


중국은 해외에 유학해 실력을 쌓은 인재들을 불러들이기에 심혈을 기울인다. 대도시들도 귀국 인재들의 창업과 정착을 지원하는 데 경쟁적이다. 공을 들인 결과 귀국 유학생이 2000년 7000명에서 작년엔 3만5000명으로 늘었다. 중국은 내년에도 일류 경제·과학기술 전문가 1만 명, 교육·문화·위생 전문가 2만 명을 귀국시킬 계획이다. 인도는 유학파 인재 유치를 위해 2004년 해외동포부를 신설했다. 미국 언론이 “두 나라가 자국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데 혈안이고 유럽도 마찬가지인데 미국 정부는 뭐 하느냐”고 따질 정도다.

한국의 현실은 21세기 고도성장을 주도하는 중국 인도의 인재 유치 성과와 대조적이다. 미국에 유학해 학위를 딴 이공계 박사 가운데 귀국할 계획이 있는 사람은 2004년 현재 23%에 그쳤다. 7년 전(46%)의 절반이다. 돌아온 박사 중에도 37%는 “기회가 되면 다시 나가겠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연구인력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에 못 미친다.

미국에 남아있는 박사의 대부분은 ‘고국에서 능력을 활용하고 싶지만 여건이 어렵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70% 이상은 ‘한국에서 원하는 직장을 얻으면 귀국하겠다’고 답했다.

국내 일부 대기업은 해외 인재 유치에 애를 쓰지만 응용기술에만 관심을 가질 뿐, 원천기술과 기초기술은 외면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연구의 자율성은 없고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는 경향도 전문 인력들이 기피하는 이유다. 정부출연연구소에서는 연구원들이 40대만 넘으면 과제 수주 세일즈맨으로 전락하는 형편이다. 그나마 대학이 선호되지만 재정이 약해 인력 수용과 연구 여건 마련에 한계를 보인다. 정부는 청와대에 사람입국·일자리위원회라는 것도 만들었지만 고급 두뇌 유치와는 무관해 보인다.

세계은행은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빈국의 가난이 고착화되는 주요인으로 두뇌 유출을 꼽았다. 사람 말고는 다른 자원이 별로 없는 한국에도 ‘먼 얘기’만은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두뇌 보존 정책을 쓴 아일랜드나 중국에서 뭐 하나라도 배울 일이다. 정치건, 경제건 이류가 일류를 대신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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