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일용직 노동자의 씁쓸한 '크리스마스'

  • 입력 2006년 12월 25일 17시 40분


40대 일용직 노동자가 크리스마스 새벽 생면부지의 대학생에게 폭행을 당하고 피해자로 경찰서에 갔다가 수년 전 내지 않은 벌금 때문에 새해를 구치소에서 맞게 됐다.

김모(48) 씨는 25일 새벽 3시 20분 경 친구와 술을 마시기 위해 택시를 타고 가다 동작구 상도동 사거리에서 신호에 걸려 멈춰 있었다. 이 때 만취한 대학생 박모(25) 씨가 다짜고짜 택시 문을 열고 김 씨를 끌어냈다.

택시기사가 "왜 이러느냐"며 말렸지만 박 씨는 욕설을 하며 김 씨를 밀치고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 택시기사의 신고로 박 씨는 경찰에 입건됐고 김 씨는 피해자 신분으로 서울 동작경찰서에 갔다.

하지만 경찰은 김 씨가 수년 전 관악구 신림동에서 오락실을 운영하다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선고받은 480만 원의 벌금을 내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김 씨가 5년 전 이혼하고 친구 집에 얹혀살고 있어 벌금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경찰에서 "오락실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명의만 빌려줬기 때문에 벌금을 선고받은 사실도 몰랐다"며 울먹였다.

검찰로 넘겨진 김 씨는 벌금을 낼 여력이 없어 새해를 구치소에서 맞아야 할 처지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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